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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넘는 가려움, 전신질환 신호? '조기 다학제 협진' 필요해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8 14:56

수정 2026.05.18 14:56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려움증센터' 개소
30년 앓은 가려움증, 첩포검사 원인규명
노인성 가려움증, 노화 아닌 만성질환 일부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 교수)이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 교수)이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가려움증이지만,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부 문제가 아닌 전신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성 가려움증의 경우, 조기에 다학제적 협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맞춤형 치료를 시작해야 만성화와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다학제협진 기반의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를 기념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센터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정밀 맞춤형 진료를 시작했다.

30년간 못 찾은 원인, '첩포검사'로 단번에 해결
최근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A씨는 30년 넘게 등 부위의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스테로이드 연고와 주사 치료를 반복했지만, 그때뿐이었고 밤잠을 설치는 날이 허다했다.

A씨의 오랜 고통은 센터에서 시행한 '첩포검사(Patch test)'를 통해 해결됐다. 검사 결과 머리 염색약 성분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에 대한 알레르기가 원인이었다.

머리를 감을 때 염색약 성분이 등으로 흘러내리며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원인을 찾은 A씨는 염색을 중단하고 맞춤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피부과 교수)은 "만성가려움증 환자 중에는 증상만 억제하는 임시방편 치료를 반복하며 수년에서 수십 년간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며 "생활습관, 복용 약물, 전신질환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정밀진단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적으로 만성가려움증은 △아토피·건선 등 피부질환성 △갑상선·만성신장질환·신경병증 등 전신질환성 △반복적으로 긁어 피부가 두꺼워진 이차 피부 병변성으로 나뉜다.

가려워서 긁으면 피부 장벽이 손상되고 염증이 심해져 더 가려워지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결절성양진이나 만성태선 등 중증 만성 질환으로 진행된다.

또한 고혈압약, 이뇨제, 진통소염제, 항생제 등 흔히 복용하는 약물도 전신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어 정밀한 원인 평가가 필수적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건조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노년층의 가려움증은 피부 노화뿐만 아니라 면역 노화, 다약제 복용, 만성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복합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림대강남성심, 국내 최초 다학제 협진 시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단순 피부 치료를 넘어 가려움증의 원인을 추적하는 종합 시스템을 가동한다. 혈액검사, 피부조직검사, 장벽 검사와 더불어 향료·세제·염색약 등 생활 속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찾아내는 첩포검사를 적극 활용한다.

치료 역시 환자별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중증 아토피나 결절성양진, 노인성 가려움증 환자에게는 311~313nm 파장을 이용해 면역세포 활성을 조절하는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와 엑시머레이저, LED 치료를 시행한다. 이는 소아나 임신부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가려움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JAK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오피오이드 수용체 조절제,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항소양제 등 최신 표적·신경 치료제를 적극 도입해 기존 항히스타민제 중심 치료의 한계를 극복했다.

센터 측은 △6주 이상 가려움증이 지속될 때나 가려움으로 잠을 못 자거나 밤에 자주 깰 때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도 가려움이 호전되지 않을 때 △피부는 깨끗한데 온몸이 계속 가려울 때 △가려움과 함께 체중 감소, 발열, 황달, 어지럼증 등이 동반될 때는 즉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서는 일상생활 관리도 한 축을 이룬다. 하루 1~2회 보습제를 바르고,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한 직후 즉시 보습을 해야 한다.
땀이나 자극적인 섬유를 피하고 실내 온·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할 때는 '가려움증 일기'를 쓰는 것도 원인 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


김혜원 센터장은 "난치성가려움증센터는 단순 진료를 넘어 환자 레지스트리(데이터) 구축과 임상 연구를 통해 국내 난치성가려움증의 표준 진료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오랜 기간 원인 모를 가려움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정밀의학 기반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