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소통협력센터서 제4회 행사 개최
도내외 커피·식음료 35개사 참여
칠성로 다방문화부터 카페문화 조명
시음·전시·탐방·워크숍 한데 묶어
원도심을 문화경제 실험장으로 확장
로컬브랜드와 도시재생 연결 과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시 원도심이 커피를 매개로 다시 읽히는 문화경제 실험장이 됐다. 칠성로 다방문화의 기억과 오늘의 로컬카페, 도내외 커피 브랜드,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이 한데 묶이면서 커피 행사가 지역 브랜드와 도시재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에 따르면 '제4회 코리아커피위크, 제주'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제주시 관덕로 소통협력센터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올드커피타운'이다. 제주시 원도심의 장소성과 커피문화를 함께 조명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코리아커피위크 제주는 2023년부터 제주 로컬카페와 식음료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 온 협력형 커피문화 행사다. 지난 3년간 110여개 브랜드와 4200여명의 방문객이 참여하며 제주 커피문화와 지역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행사의 초점은 원도심이다. 커피 시음 행사에 머물지 않고 칠성로 다방문화에서 오늘의 카페문화로 이어진 제주시 원도심의 시간과 공간을 커피라는 감각으로 다시 풀어냈다. 소통협력센터도 올해 행사가 원도심의 역사와 장소성을 커피를 매개로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도내외 카페와 커피 관련 식음료 브랜드 35개사가 참여했다. 우림, 알마커피제작소, 풀잎들커피아카이브, 홀츠, 시간과온도, 비로소커피제주, 프로브커피, 88로스터즈, 커피콜라주, 롱리브, 커피명가, 나무사이로, 책방 소리소문, 이창열 금속공방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방문객들은 전용 시음잔을 들고 층별 부스를 돌며 다양한 커피를 맛봤다. 소통협력센터 내부는 1층 '다운타운', 3층 '미드타운', 5층 '업타운'으로 나뉘었다. 1층은 '뭍에서 온 커피 친구들', 5층은 '섬에서 만나는 커피 친구들'로 구성돼 제주 안팎의 브랜드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커피 시음과 기획전시, 문학 큐레이션, 뮤직 셀렉션, 원도심 탐험을 결합한 동선이다.
방문객들은 부스마다 커피를 시음하고 로스터와 대화를 나눴다. 일부 공간에서는 커피 역사와 다방문화 전시가 진행됐고 해설을 듣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소비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공간, 역사적 기억을 함께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장면이다.
기획전시는 이번 행사의 핵심 장치였다. 소통협력센터 3층 라운지에서 진행된 전시는 제주 원도심의 다방문화와 커피 역사를 조망했다. 1950~1970년대 다방문화부터 현재 원도심 카페까지의 흐름을 공간 구성과 아카이브 자료로 보여줬다. 전시는 양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됐고 정시 도슨트 해설도 마련됐다.
다방은 한때 도시의 사교장이고 문화예술인의 접점이었다. 제주시 원도심의 칠성로와 관덕정 일대는 행정과 상업, 문화가 모이던 중심 공간이었다. 올해 행사는 이 기억을 오늘의 커피문화와 연결했다. 오래된 다방의 감각을 복고적 장식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원도심이 가진 문화적 층위를 다시 꺼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도심 탐험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참여자들은 암호문과 퍼즐 미션을 수행하며 원도심 주요 공간과 카페를 직접 찾아갔다. 소통협력센터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원도심 곳곳의 공간과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원도심 활성화 측면에서 중요하다. 축제가 특정 행사장 안에 머물면 소비와 체류가 한곳에 집중된다. 반면 탐방형 프로그램은 방문객을 골목과 카페, 전시 공간, 상점으로 흘려보낸다. 원도심의 오래된 공간을 걷고 마시고 기록하게 만드는 구조다. 커피가 동선의 출발점이 되고 원도심 전체가 행사장이 되는 셈이다.
시민참여형 워크숍은 지역 운영자와 시민을 직접 연결했다. 원도심 카페 운영자가 강사로 참여해 핸드드립 커피 추출 실습을 진행했다. 커피를 파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 로컬 브랜드의 기술과 취향을 시민 경험으로 바꾼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과의 협력도 더해졌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원도심으로 이전한 뒤 문화예술과 지역 공간을 연결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소통협력센터는 이번 행사를 통해 원도심 전역을 아우르는 입체적 문화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커피 산업 자체보다 로컬브랜드의 생태계다. 제주 커피시장은 관광객 소비와 도민 일상, 청년 창업, 디자인, 베이커리, 로스팅, 문화기획이 맞물린 영역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 소비와 달리 로컬카페는 장소와 사람, 지역 자원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는다.
제주 원도심은 오래된 건물과 골목, 행정·상업 중심지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하지만 상권 이동과 인구 감소, 노후 건축물 문제, 주차와 접근성 한계로 활력이 약해진 구간도 많다. 커피와 전시, 탐방, 워크숍을 결합한 이번 행사는 원도심을 다시 찾게 만드는 비교적 가벼운 진입로가 될 수 있다.
관광정책과 도시재생정책의 연결도 필요하다. 제주 관광이 자연경관 중심에서 체류형·생활문화형 콘텐츠로 넓어지려면 원도심 같은 생활권 공간이 더 중요해진다. 커피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 방문객이 골목을 걷고 전시를 보고 지역 운영자와 대화하면 관광 소비는 더 깊어진다.
부장원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장은 "코리아커피위크 제주는 커피를 매개로 지역 브랜드와 시민, 공간이 연결되는 지역 상생형 문화행사"라며 "원도심의 역사와 커피문화를 함께 조명해 제주의 로컬자산을 새롭게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4회 코리아커피위크 제주는 커피 행사의 외형을 가졌지만 본질은 원도심을 다시 걷게 하는 문화경제 실험에 가깝다. 커피 시음잔을 든 방문객이 부스를 돌고 전시를 보고 골목을 탐험한 이틀은 제주 로컬브랜드가 어떻게 도시의 기억과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 경험을 행사장 밖 원도심 상권과 지속 가능한 브랜드 성장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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