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Work'
자연의 형태와 색감을 기본적인 조형 요소로 담아낸 유영국의 작품은 언젠가 보았던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 화면으로 우리를 작품 앞에 친근하게 이끌어 놓고 바라보게 하고 느끼게 한다.
'Work'는 거대한 자연을 광활한 대지부터 유한한 듯한 대기까지 아울러 함축해 낸 작품이다. 단순화된 형태와 다양한 변주를 보이는 색채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사실적인 모습이 아닌 자연의 정수에 다가가게 한다. 134㎝의 정방형 캔버스를 색으로 가득 채운 화면은 매끄럽게 정돈된 색면과 서정적이면서 평화로운 분위기, 색채의 유연한 조화가 돋보인다.
강렬한 색채 대비와 거칠고 두터운 질감을 통한 응축된 힘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에 있었던 시기, 심장 수술이라는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유영국은 삶과 작품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애틋함을 더한 관조를 통해 절대적인 자유로 풀어냈다.
특히 하단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검게 채색된 커다란 삼각 형태의 산이 무게감을 보여준다. 만물의 생명이 응축된 토양과 같은 에너지를 상징해 깊은 산의 심연 혹은 대지의 근원적인 힘을 드러냄과 동시에 빛을 흡수하는 검정이 아닌 자신을 낮추고 주변의 색과 대비를 이뤄 자연의 경이로움을 극대화한다.
'산을 그리다 보면 그 속에 굽이굽이 길이 있고, 그것이 인생인 것 같아서 내 그림의 산속에는 여러 모양의 인생이 숨어 있다'라고 남겼던 작가의 말처럼 완숙한 평면성과 기하학적인 엄격함 속에 부드러운 감성이 스며들어 보는 이에게 평온함과 생의 환희를 느끼게 한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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