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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중년을 위한 웃음과 눈물"... 이서진·고아성이 건네는 '위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8 18:06

수정 2026.05.18 18:05

연극 '바냐삼촌' 31일까지 무대

"평범한 중년을 위한 웃음과 눈물"... 이서진·고아성이 건네는 '위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주변 사람 이야기 같았죠."(이서진)

배우 이서진(사진 오른쪽)이 고아성과 함께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바냐 삼촌'으로 첫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타인의 삶'(2024)을 연출한 배우 출신 손상규가 안톤 체호프의 1897년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각종 예능에서 '츤데레형 현실주의자'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이서진과 외유내강 분위기를 지닌 고아성이 합류한 이번 '바냐 삼촌'은 13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예상치 못한 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보다 희극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서진이 연기한 바냐는 중년에 접어든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법한 인물이다. 자신의 지난 삶을 뼈저리게 후회 중인 그는 조카 소냐(고아성)와 함께 죽은 여동생의 남편인 교수(김수현)를 평생 뒷바라지했지만 그가 허울뿐인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환멸에 빠진다.

여기에 한때 마음을 품었던 옐레나(이화정)가 교수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돼 다시 나타난다. 옐레나는 바냐의 술친구인 시골 의사 아스트로프(양종욱)에게 호감을 느끼고, 소냐는 그런 아스트로프를 오래도록 짝사랑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와 그 현재를 있게 한 젊은 시절 선택에 대한 후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인생 반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반복되는 일상 속 그나마 불꽃 튀는 사랑의 감정은 서로 엇갈리고, 그럼에도 계속 살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체호프식 생활 비극은 마치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마지막엔 바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소냐의 유명한 독백이 이어진다. 엔딩의 임팩트가 기대보다 강렬하진 않지만 전 회차 원캐스트로 진행된 이번 작품은 모든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다시금 곱씹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고아성은 삼촌보다 어린 나이지만 강인한 쇼냐를 사랑스러우면서도 단단하게 표현해낸다.

이서진은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극배우들은 정말 대단하다. 3개월 동안 긴장 상태로 사는 게 쉽지 않다"며 "휴연일인 월요일 밤이면 다음 날 개학을 앞둔 기분이 들어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함께 준비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연극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카와도 친구처럼 잘 지낸다는 이서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이야기에 "제가 울었죠"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아성은 "4막에서 상대 배우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서진 선배를 울리는 게 목표였는데 연습 때부터 매회 울고 계신다"며 웃었다.
이에 이서진은 "내면에서는 위로받고 싶은가 보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31일까지.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