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유럽 국채금리 동반 상승
중동 리스크에 유가·물가 자극
S&P500, 3월 이후 최대 낙폭
"AI 최대 적은 금리" 월가 경고
■월가 "금리가 AI 버블 꺼뜨려" 경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했고, 3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다. 영국 30년물 금리는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채권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배경에는 중동 리스크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 압력을 받고 있고, 시장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증시다. 특히 AI 열풍으로 급등했던 미국 기술주들이 장기 금리 상승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 16일 S&P500 지수는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현재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3배 수준으로 장기 평균인 16배를 크게 웃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 가치가 할인되기 때문에 고평가된 성장주일수록 타격이 크다.
월가에서는 "AI 랠리의 최대 적은 경쟁 기업이 아니라 국채 금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AI 투자 붐이 유지되려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설비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데 장기 금리 상승은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직접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유럽 자산운용사 카르마냑의 케빈 토제 투자위원은 장기 금리를 "AI 설비투자 비용과 민간 신용시장 위험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해석했다.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의 알렉상드르 드라보비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30년물 금리 5%를 "증시의 위험 지대"라고 우려했다.
■"채권 발작 아직 안 끝나" 日도 흔들
금리 충격은 일본 시장도 강하게 흔들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2.8%까지 치솟으며 1996년 이후 약 29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 4%를 넘어섰고, 40년물 금리도 4.2%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초저금리 국가였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일본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저금리 기준 역할을 해왔는데, 이 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중동 대응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면서 재정 확대 우려가 커진 점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장기 금리 상승이 겹치며 일본 국채 매도세가 더욱 확대됐다.
엔화 약세도 불안 요인이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8엔대 후반까지 오르며 다시 160엔 선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긴축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역시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물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0.5%p 가까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며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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