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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반짝이는 태극기·무궁화.. 알고 보니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8 18:17

수정 2026.05.18 18:16

산과 물로 빚은 첨단 전력인프라
예천 양수발전도 안정적 공급원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 전경. 한수원 제공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 전경. 한수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안동·예천(경북)=이유범 기자】 최근 찾은 경북 안동 임하댐. 굽은 산길 끝에 도착하자 잔잔한 수면 위로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광 모듈로 만든 국내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시설이다. 축구장 74개 크기(52만1000㎡) 수면 위에 47.2MW 규모 설비가 들어섰다. 지난해 7월 준공된 이 시설엔 732억원이 투입됐다.

수면 위 태양광 패널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발전 설비 사이로는 바람에 흔들린 물결이 잔잔하게 퍼졌다.

산과 물만 있던 공간이 첨단 전력 인프라로 바뀐 현장이었다.

이곳의 특징은 단순히 규모에 있지 않다. 기존 임하댐 수력발전소 송전망을 그대로 활용하는 '교차발전' 방식이 적용됐다. 낮에는 태양광, 밤에는 수력이 같은 송전선로를 번갈아 사용한다. 송전망 부족이 전력 인프라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 해법이다.

수상태양광은 주민 참여형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발전소 반경 1㎞ 내 33개 마을 주민 4000여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향후 20년간 약 222억원 규모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에너지를 소비하던 지역 주민이 생산의 주체로 바뀐 셈이다.

경북 예천 은풍면 깊은 산골에는 또 다른 전력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발전소 입구에서 버스로 720m 터널을 지나 내려가자 거대한 발전기 2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천양수발전소다. 발전기 내부에서는 낮고 묵직한 기계음이 끊임없이 울렸고, 터널 안 공기는 습하고 차가웠다.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전력망이 이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원리는 단순하다. 상부댐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이 남을 때는 물을 다시 끌어올려 저장한다. 전기를 물의 위치에너지 형태로 보관하는 구조다. 설비용량은 800MW. 국내 양수발전소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이다.

양수발전의 강점은 속도다. 다른 발전원이 출력 조정에 수 시간이 걸리는 반면, 양수발전은 3~5분 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 비중이 커질수록 흔들리기 쉬운 전력망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잡아주는 역할이다.

박병조 예천양수발전소 소장은 "양수발전은 가장 안전하고 거대한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정전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양수발전은 다른 발전소를 다시 가동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현재 전국 7곳에서 16기의 양수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영동·홍천·포천 등 3곳에 1.8GW 규모 신규 양수발전소도 추가 건설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4조3000억원 규모다.

안동의 수면 위 태양광과 예천 산속 양수발전소는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AI와 데이터센터 시대, 전력망의 핵심은 더 많은 발전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연결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leeyb@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