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새 플라스틱 가격 급등
재활용이 더 싸지는 역전 발생
업계 "공급망 안정화 기회 삼자"
ESG 대응 넘어 원가 경쟁력 확인
SK·LG 등 원유 대체 기술 투자
■유럽·아시아서 가격 역전
18일 S&P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와 일반 플라스틱 소재 간 글로벌 가격 구조는 지난달부터 급격히 변화했다. 재활용 소재가 신규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투명 재활용 페트(R-PET)와 재활용 폴리에틸렌(R-PE)은 친환경 수요 확대와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정책 등에 힘입어 신규 제품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에서 가격 흐름이 역전됐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규 PET·PE 가격은 빠르게 오른 반면 재활용 제품 가격 상승폭은 제한됐기 때문이다.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투명 재활용 페트(R-PET) 원료 가격은 일반 PET보다 북서유럽에서 t당 459달러, 동남아시아에서 373달러 낮게 형성됐다. 재활용 저밀도폴리에틸렌(R-LDPE) 원료 가격도 북서유럽 기준 일반 LDPE보다 t당 1169달러 낮았다.
재활용 고밀도폴리에틸렌(R-HDPE) 원료 역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일반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재활용 플라스틱 투자 확대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는 이번 가격 역전 현상을 공급망 리스크 대응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될 경우 원료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원료나 열분해유로 전환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을 앞세워 화학적 재활용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재활용 기업 커린러와 재활용 원료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활용 PET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을 원유 대체 원료로 전환하는 '초임계 열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 열분해유 공장을 준공해 현재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재생유를 실제 정유 공정에 투입해 순환형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재생유를 기존 정유 설비와 연계해 원유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단순 ESG 대응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까지 고려한 전략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중동 리스크 장기화 여부에 따라 관련 투자 확대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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