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73세이지만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전력투구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호암자전에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던 1983년 도쿄선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한다.
이런 기록도 있다. "엔지니어들은 1910년 일본에 당했던 수치를 일부 갚았다는 기쁨에 가슴이 뿌듯했다." 1994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했을 때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나, 그날은 구한 말 일제에 주권을 빼앗겼던 경술국치일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온 나라가 고통의 터널로 들어갔던 1998년 1월, 경기 용인 기흥읍 농서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희망찬 투지도 기록돼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최모씨(26·여)는 "자칫 한눈을 파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생긴다. 우리의 앞선 기술이 세계시장을 누빈다는 생각에 긴장 속에서 작업하지만 힘든 줄 모른다."
이듬해 삼성은 "국가가 IMF 관리체제 아래 있을망정, 반도체만은 다시 펼쳐 보이겠다"며 다시 한 번 투자 베팅을 단행했다. 판단은 옳았다. 2000년대 내내 삼성은 일본의 도시바, NEC 등 반도체 공룡들을 차례로 무릎 꿇리며, 잔혹했던 '치킨게임'의 완벽한 승자로 올라서게 된다. 경영진의 결단, 직원들의 눈물겨운 사투, 50년간 반도체 산업에 흘러들어갔던 국민 세금이라는 막대한 '그림자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연일 총파업 돌입을 압박하며 영업이익 40조~45조원, 1인당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노조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닌다. "'우리가 보여준 성과'를 근거로 협상하라는 것이다." 정말 '자신들이' 오롯이 이룬 성과라고 생각하는가. "회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 "코스피를 500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삼성 노조의 극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2026년 5월 총파업 협박을 등에 업은 삼성 노조의 억대 성과급 투쟁, 이 또한 '엄정히' 기록될 것이라고 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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