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탱크데이' 마케팅, 역사적 비극 조롱
정용진 회장 사과...손정현 대표 해임 초강수
[파이낸셜뉴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이 역사적 비극을 조롱했다는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머그잔을 부수는 등 거센 불매 운동 조짐이 일고 정치권의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지자,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논란의 발단은 스타벅스가 지난 18일 진행한 '단테·탱크·나수데이' 프로모션이다. 스타벅스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 등의 상품을 홍보하며 "책상에 탁!"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5월 18일에 진행된 행사명 '탱크'가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장갑차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과거 행사와 제품 상세 스펙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텀블러 세트의 용량(503㎖)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연상시킨다는 의혹과 함께, 앞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주기에 맞춰 '미니 탱크데이'를 진행했다는 점까지 겹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일각에서는 "억지로 끼워 맞춘 마녀사냥"이라는 반론도 나왔으나, 대다수 누리꾼은 "광고 기획자가 혐오의 맥락을 알면서도 감행한 것 아니냐"며 공분하고 있다.
머그잔 깨고 환불 인증… 기업들 "기프티콘 경품 보류"
분노한 여론은 즉각적인 불매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레드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스타벅스 머그컵을 지퍼백에 넣고 망치로 부수며 "스타벅스 잘 가라"라고 외치는 인증 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
앱 내 충전금 환불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과 '#스타벅스불매' 해시태그 운동도 확산 중이다. 특히 생일 선물이나 기업 이벤트 경품 1순위로 꼽히던 카카오톡 '스타벅스 기프티콘'마저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경품으로 걸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대안을 찾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의 초기 미숙한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논란 직후 문제가 된 '탱크 데이'를 '탱크 텀블러 데이'로,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슬쩍 수정하는 이른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사과문 역시 "부적절한 문구가 사용됐음을 발견했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 내부의 안일한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정치권까지 나서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대변인과 진보당 박태훈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무능을 강력히 규탄했다.
정용진 회장 "모든 책임 통감"… 대표 해임 및 쇄신 약속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룹 차원이 진화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정현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했다.
정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의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를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 회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및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전 계열사의 마케팅 콘텐츠 검수 기준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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