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성과급 논쟁'이 갈라 놓은 삼성전자… 조직 곳곳 파열음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9 16:19

수정 2026.05.19 18:01

부문·사업부 분배 비율 두고 노사 평행선
DX 이어 DS 내부도 파열음, 지도부 향한 불만도

삼성 평택캠퍼스 앞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뉴시스
삼성 평택캠퍼스 앞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노사의 임금협상을 넘어, 노조 내부에 누적된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로 번지며 '갈등의 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실적이 메모리사업부에 집중되면서, 완제품(DX) 부문은 물론 반도체(DS) 내부의 메모리-비메모리 사업부까지 수익 및 보상 체감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 지도부를 향한 내부 반발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성과주의와 조직 통합 사이의 충돌이 결국 수면 위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사업부' 보상이 걸림돌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임금협상에서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재원의 분배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이를 '부문 공통 재원'과 '사업부별 재원'으로 어떻게 나눌지 여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지도부는 영업이익의 15%를 '부문 70%, 사업부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회사 측은 부문 공통 재원이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사내에서도 "성과를 낸 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돼야 한다"며 오히려 '부문 30%, 사업부 70%' 혹은 '부문 40%, 사업부 60%' 수준이 합리적이라는 반론이 확산됐다.

특히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메모리사업부가 올해 DS 실적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직원은 "흑자를 낸 메모리에 대한 보장을 우선 확보한 뒤 나머지 분배 방안을 논의했어야 함에도, 노조 지도부가 전략 없이 비율 숫자만 가지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가처분까지 얻어맞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반면 비메모리 사업부 내부에서도 "DS 전체가 함께 기술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일정 수준의 공동 배분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지도부 '노노 갈등' 키웠다
부문 간 갈등은 더 심화되는 추세다.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교섭 구조가 AI 반도체 호황에 올라탄 DS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2·3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동행노조는 최근 교섭 과정에서 "DX부문 5만명 직원들의 요구안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개 반발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둘러싼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초기업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노조 지도부가 절차를 무시해 파업을 결의하고 불참자에 대한 협박까지 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들은 노조가 반도체 부문인 DS에 대한 분배 비율을 자의적으로 정해 사측과 조율하는 동시에 완제품 부문인 DX에 대해선 안건 상정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회사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DX부문이 좋은 실적을 내고 DS부문이 주춤했다면, 최근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DS, 특히 메모리사업부로 수익이 집중되면서 사업부 간 보상 체감 격차도 급격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교섭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향후 AI 반도체 중심의 실적 편중이 지속될 경우 DS와 DX, 나아가 DS 내부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갈등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성과주의와 조직 통합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삼성전자 인사 및 조직 운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