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1분기 산재 사망 최저… 정부 정책 성과와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9 18:27

수정 2026.05.19 18:34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
2026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가 1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다. 2022년 통계 집계 이래 1분기 최저치다. 다행스러운 성과이나, 산재 예방은 복합적인 결과물이므로 단기적 수치에 속단은 금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요소를 '국가 행정'에 대입해 이번 감소의 원인과 과제를 진단해 본다.

주목할 점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의지다.

지난해 대통령은 사상 첫 '공개' 국무회의에서 산재 예방을 논의하고 주무 부처를 독려했다. 차관급으로 격상된 산업안전보건본부장에 현장 전문가를 임명한 것도 주효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인력 증원과 예산 확보로 이어졌다. 향후 노동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협력을 이끄는 구심력으로 이 의지가 작동해야 한다. 국토부, 행안부, 산업부 등이 저마다 노동안전을 위해 각개 약진할 경우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노동부가 위험성평가에 근로자 참여를 강조하고 근로자 작업중지권 우수사례를 공유한 것이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안전보건 정보공개 관련 산안법 개정은 시민사회 감시를 이끌 것이다. 또 역대 최초로 79억 원의 R&D 예산을 확보한 것은 고무적이다. 당장의 감소보단, 향후 빅데이터·AI를 활용한 '국가 단위 산재 예방 위험성평가'의 강력한 과학적 토대가 될 것이다. 이 R&D 예산은 조속히 국립소방연구원 수준(약500억 원)까지 증액해야 한다.

장관이 직접 가장 빈도가 높은 사고인 추락재해 예방을 주문하고 자원을 집중한 결과, 1분기 '떨어짐' 사망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한 성공적 통제 경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노사정이 수립한 중장기계획이 국정과제의 권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최근 양대 노총,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아우르는 '안전한 일터 위원회' 구성 논의가 시작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뼈아픈 그림자도 있다. 3월 대전 공장 화재 등 화재·폭발 사망자는 전년 대비 10명 늘었다. 비정형적 대형 재난에 대한 정책적 비상 대응이 부족하다. 범정부 차원의 비상조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개별 사업장 통제를 넘어 지역 및 동종 업종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자율적 예방 활동을 촉진하고 동종 업계 사업주들이 스스로 규범을 만들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정책의 PDCA(Plan-Do-Check-Action) 루프를 점검해야 한다.
사망자 수 같은 '후행지표' 평가는 우연성에 기댈 위험이 크다. 산업계 자율 규범, 사업주의 인식 변화, 위험성평가 질적 수준, 감독 타겟팅 정확도 등 예방 과정을 측정하는 '선행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단기 행정 과정이 중장기 감축으로 이어지도록 평가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국가 안전보건행정의 중대 과제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