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파장
법조계 "논란과 형사처벌은 별개"
피해자 특정성·공연성 충족 어려워
유족들의 손배소 청구 문턱도 높아
"위안부 피해자법처럼 입법" 목소리
20일 경찰에 따르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홍보물에 '탱크데이'·'책상에 탁!' 등 문구를 사용했다가 논란이 됐다.
서민위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해당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탱크 투입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도 전국 각지에서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논란과는 별개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특히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 특정성'이 배경이다.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특정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표현을 공연히 한 경우 성립한다.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대표변호사는 "공연성은 SNS·광고·공개 매장 게시 등 불특정 다수가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면 비교적 쉽게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문제는 특정성"이라며 "대법원은 집단 전체를 비하한 경우라도 구성원 개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야 모욕죄 성립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광범위한 집단에 대한 표현은 개별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 성립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사망한 희생자는 모욕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도 "이번 문구는 특정 희생자나 유가족을 지목한 것이 아니고, 5·18 희생자나 유족 또는 광주시민 전체를 지칭했다고도 볼 수 없다. 역사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마케팅에 잘못 사용한 사례에 가깝다"며 "형사처벌이 되려면 회사 측이 이들을 의도적으로 조롱하거나 비하하려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사측은 제품명이나 판촉 문구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마케팅 실수였고 비방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자명예훼손죄와 5·18민주화운동법 적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한다.
박 변호사는 "단순한 비하·희화화·조롱만으로는 부족하고, '5·18 희생자들이 실제 폭도였다'거나 '북한군 개입이 확인됐다'는 식의 구체적인 허위사실 적시가 필요하다"며 "여기서도 특정성 문제가 남는다. 추상적 역사 집단 전체에 대한 표현은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 역시 "5·18민주화운동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지만, 이번 문제 문구가 특정 허위사실을 내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수 있으나, 기업의 고의·과실과 정신적 손해, 문제 문구와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해 실제 배상 책임 인정까지 문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은 본지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비방·희화화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법처럼 피해자 명예 회복과 인권 증진 및 이와 관련한 진상 규명 등 국가 의무를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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