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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의전형 부주석·푸틴은 실세 장관 영접…시진핑 공항외교

뉴스1

입력 2026.05.20 18:39

수정 2026.05.20 18:39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19일(현지시간) 늦은 밤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항에 마중나온 인물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다. 지난주 방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정 국가부주석이었다.

한 부주석이 직책은 높지만 실권은 거의 없는 대외 의전용 인사라면 왕 부장은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자 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겸하는 실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들을 각각 미·러 정상 영접에 투입한 데에는 미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실질적 동맹 관계를 확신시키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는 한편으로 관세, 기술 제재, 대만 지지 등 중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는 문제들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과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환영은 둘 사이 균형을 잡으려는 시 주석의 노력을 보여준다"며 영접을 맡은 인물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푸틴 역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레드카펫에서 의장대 사열, 21발의 예포 발사, 어린이들의 환호로 이뤄진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윤선 중국 담당 국장은 한 부주석이 왕 부장보다 고위 관료라면, 왕 부장은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주석은 직함상 중국의 서열 8위 정도지만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물러난 상태다. 왕 부장은 현재 24인의 공산당 정치국원 중 한 명으로, 중국의 외교 정책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지난 13~15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중러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회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 최고 권력자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된 중난하이에 데리고 갔다. 트럼프가 다른 정상들도 이곳에 온 적이 있냐고 묻자 "매우 드물다"며 "푸틴이 온 적은 있다"고 답했다.

일부 서방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국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푸틴의 방중을 앞두고 중러 관계에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발언인데, 미중 정부 모두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인도 매체 퍼스트포스트는 중국의 공식적인 국가 위계상 한 부주석보다는 서열이 낮으면서 실질적인 권력자인 왕 부장을 푸틴 영접에 내보냄으로써 러시아가 중국의 전략상 의심할 여지 없이 특별한 위치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진단했다.


기타 코차르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관계 유지' 외교 전략"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건설적 대화에 열려 있지만 러시아와의 근본적 전략 동맹 관계는 별개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