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하이닉스 넘는 성과급 꺼낸 삼성…AI 메모리 인재전쟁 불붙나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5 15:21

수정 2026.05.25 15:20

억대 성과급 자사주로 지급...보유기간 두며 인재 락인 메모리 사업부 올해 성과급만 6억...하닉도 유사할 듯 부문 간 격차 확대 따른 불만, 법적 대응 등 과제 산적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앞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앞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SK하이닉스를 웃도는 파격적인 성과급 체계를 꺼내 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인재 사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사로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배분하는 획기적인 보상안을 신설하고, 의무 보유 기간을 둔 자사주를 지급해 핵심 인재를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Lock-in)' 장치까지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안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을 좌우할 반도체 인력 쟁탈전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3년 분할 매각… '인재 락인' 효과 노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한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의 임금 인상안과 함께 DS부문에 한정해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이다. 기존에 지급해 온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더해 DS부문에 대해서는 추가의 특별성과급을 얹는 구조다.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로 책정됐다.

사업성과가 무엇인지 합의안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영업이익이 기준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OPI가 영업이익의 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DS부문 조합원들은 총 영업이익의 12%를 나눠 갖는 셈이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재원인 '영업이익 10%' 기준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300조원이라고 가정하면, 메모리 사업부는 기존 OPI와 특별경영성과급을 더해 약 6억원대의 성과급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보상안에는 최근 심화하는 반도체 인력 유출에 대한 경영진과 노조의 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최근 3~4개월 동안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조합원이 200명을 넘는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상한 없이 영업이익에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10%인 4조7000억원을 직원 수 3만3000명으로 나누면 지난해 성과로 이미 1인당 1억4000만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의 경우 200조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SK하이닉스 직원들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6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급 방식에 숨겨진 '인재 락인' 조항이다. 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되, 즉시 매각은 3분의 1만 허용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1년 뒤, 남은 3분의 1은 2년 뒤에야 팔 수 있도록 묶어뒀다.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장기 근속을 유도해 경쟁사 이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중심 보상 체계 강화… 투표, 가처분 등 변수도
이번 합의안은 DS 내부에서도 메모리 중심의 보상 체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의 배분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했다. 재원의 40%는 DS부문 내 3개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60%는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스태프 등 공통 조직의 지급률도 메모리 사업부의 70% 수준으로 묶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등 AI 호황을 이끄는 핵심 인력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노사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배분하는 방식 자체의 당위성보다 AI 호황으로 회사의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배분되는 액수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부 인재 유출을 막고 외부 인력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험로는 남아있다. 반도체 단일사업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사업부가 나뉘어져 있는 만큼, 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극심한 보상 격차가 뇌관이다. DX 부문과 CSS 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가 정액 지급되는 데 그쳤다.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사업 간 실적 편차가 고스란히 보상 격차로 이어지며 삼성전자 특유의 '한 지붕 두 회사'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서에는 노동조합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됐다. DS부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은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사업부는 물론, DX부문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투표 과정에서 반대표가 상당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임금협상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DX부문 조합원들이 낸 가처분 신청 결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