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하우스 전기, 햇빛으로 직접 쓴다… 제주형 RE100 농장 실험
서귀포 시설감귤 농가 대상 시범
태양광 6㎾·ESS 20㎾급 설치
낮 전력은 바로 쓰고 남는 전기는 저장
야간·정전 때 환풍기·자동개폐기 가동
에너지 절감형 시설농업 모델 검증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감귤하우스가 전기를 사서 쓰는 시설에서 직접 생산하고 저장해 쓰는 에너지 자립형 농장으로 바뀐다. 냉난방과 환기, 자동화 장비 사용이 늘어나는 시설농업 현장에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농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탄소중립형 재배 모델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21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 연계 재생에너지 100%(RE100) 감귤생산모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서귀포 지역 시설감귤 농가를 대상으로 한다. 감귤하우스에 태양광 발전설비 6㎾와 20㎾급 ESS를 설치해 하우스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저장·활용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전기를 만드는 시간과 쓰는 시간을 맞추는 데 있다. 낮 동안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환풍기와 자동개폐기 등 시설 운영에 바로 사용한다. 남는 전기는 ESS에 저장했다가 야간이나 정전 때 활용한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두는 배터리 설비다. 태양광은 낮에 전기를 만들지만 하우스 장비는 흐린 날, 야간, 정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장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시설감귤 농가는 전력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고온기 환기 시설, 자동개폐기, 관수·제어장비 등 자동화 설비가 늘면서 전기 사용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 가운데 에너지 비용을 어떻게 줄일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농업용 전력 사용량과 태양광 발전량, ESS 저장·사용 데이터를 비교해 실제 절감 효과를 따진다. 전력 사용 패턴과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함께 분석한다.
RE100은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개념이다. 산업 분야에서 먼저 확산됐지만 시설농업에서도 에너지 비용과 탄소중립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감귤하우스는 전력 수요가 일정하게 발생하고 장비 제어가 가능해 재생에너지 활용 실험에 적합한 현장이다.
제주형 모델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지만 출력제어와 전력 수급 조정이 과제로 남아 있다. 농업 현장에서 생산한 전기를 바로 쓰고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방식은 농가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지역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감귤 시설재배 현장에 맞는 설비 규모와 운영 방식을 검토할 계획이다. 농가별 하우스 면적, 장비 사용 시간, 계절별 전력 수요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지는 만큼 현장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다.
사업 결과는 향후 시설농업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감귤 생산모델이 실제 전기요금 절감과 안정적 시설 운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한 뒤 확산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강지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이번 사업은 감귤 시설재배 현장에 재생에너지 활용 체계를 적용하는 시범 단계"라며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가 부담을 줄이고 제주형 에너지 자립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