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낸 사업부에도 성과급 주기로
산업계 전반 성과급 갈등 확산 우려
먼저, 올해 적자가 유력한 파운드리 부문에도 최소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대목이다.
DS 부문 메모리 임직원이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DX(완제품) 부문의 소외는 더욱 커진다는 점도 큰 문제다. 물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은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DS와 DX 간 보상의 격차가 급격한 수준으로 벌어진다는 점은 조직문화에 매우 해롭다.
개인 간 보상에 차등을 둘 수는 있다. 문제는 강성 노조의 목소리가 클수록 보상을 더 많이 얻어내 개인별 보상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노조 교섭력이 보상의 폭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노조 강성화를 부추길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산업계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기업 실적이 증가하면 열심히 노력한 임직원에게 파격적 보상을 할 수는 있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이기려면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줘야 한다.
그러나 삼성의 이번 합의가 하나의 관례가 되어 다른 대기업 노조의 교섭 기준이 될 수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앞으로 성과급 보상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여간한 걱정이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원청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하청업체와 협력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클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대기업보다 훨씬 낮은 게 현실이다. 직무 차이가 보상에 반영될 수는 있지만 그 격차가 천양지차로 벌어진다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더욱 커진 데에는 정치권 책임도 크다. 해고 요건 완화, 직무급제 전환, 파견·기간제 규제 개선 등 노동 유연성 강화 과제는 수십년째 단골 정책 의제였다. 역대 정부마다 노동 유연성을 담은 노동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파업 위협 앞에 협상 테이블이 뒤집히거나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개혁을 중단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파업을 볼모로 잡은 노조에 사측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동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지 않고 방치한 결과가 지금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를 낳았다고 본다. 삼성전자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현 정부는 노동권 강화 외에 기업 경영권도 키워줄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그중에 제1순위 정책은 바로 합리적 고용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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