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술비로 170만원을 빌린 '무직자' 동만(구교환)에게 불법 추심 문자가 날아왔다. 하루 이자가 30만원이라면 연간 1억950만원이다. 연간 이자율은 대략 6400%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속의 황동만이 따졌다. "170 빌리고 여태 이자만 500 넘게 냈는데 잔금 1100이 말이 되나요?"
이자율이 60%를 넘는 불법 사금융은 이자는 물론 원금도 갚을 필요가 없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약 95만명이 11조9000억원 이상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의뢰로 한국갤럽이 여론조사(5000명) 방식으로 조사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스스로 드러내기를 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추정치다. 지난 2017년 추정치는 6조8000억원(52만명)으로 8년 만에 피해 규모가 2배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고금리를 20%로 묶으면서 등록 대부업체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이에 금융소외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지난 1년간이 긴급구제 방식의 포용금융 강화였다면, 이제는 구조 개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3개의 층'으로 이뤄진 금융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층은 제도권 금융, 2층은 정책서민금융, 3층은 재기금융"이라며 "지금 1층이 제 역할을 못 하니 모든 부담이 2층으로 올라오고 3층은 완전한 사각지대"라고 짚었다.
지난해 상반기 등록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2조4553억원, 이용자 수는 71만7000명이다. 이들을 모두 '2층'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포용금융 구조 개혁이라면 그 비용과 방식에 관계없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동서고금' 존재해 온 불법 대부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먼저다. 대부업이 합법의 영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조달금리를 낮춰주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상투적으로 스킨헤드에 금목걸이 찬 사채업자도 불법 추심은 무섭다고 한다. "너희들이 더 무서워. 돈 받으러 가면 가스 줄 끊고 불붙이고 식칼 휘두르고…." 이들이 더 꼭꼭 숨어버리기 전에 '3층'의 한 사각지대를 촘촘한 정책으로 밝히길 기대한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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