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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大 '학점 인플레' 끝... 앞으로 상위 20%에게만 A 학점 주기로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2 08:00

수정 2026.05.22 08:00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학교 캠퍼스.A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학교 캠퍼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학점 인플레이션(성적 부풀리기)'을 잡기 위해 오는 2027년 가을 학기부터 학부생의 A학점 비율을 5명 중 1명 꼴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는 하버드대 교수진이 지난 20일 투표를 통해 찬성 458표, 반대 201표로 이와 같은 A학점 상한제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27년 가을부터 모든 강좌에서 A학점(A- 제외)은 수강생의 20% 이내로 제한되며, 교수의 재량에 따라 최대 4명까지만 추가로 A학점을 줄 수 있게 된다.

이번 정책을 입안한 교수위원회 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 조치는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제 하버드의 A학점은 학생 본인은 물론, 기업과 대학원에 해당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성취했는지 보여주는 진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교수진은 또한 찬성 498표, 반대 157표로 향후 학부 졸업 포상 및 우등 학위를 결정할 때 기존의 평점평균(GPA) 대신 '교내 백분위 석차'를 도입하는 안도 통과시켰다.



또 알파벳 성적 대신 '만족', '우수' 등의 등급을 도입해 상한제를 우회하려 했던 세 번째 안건은 찬성 364표, 반대 292표로 부결됐다.

하버드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심각한 학점 부풀리기가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4~25학년도 하버드 대학 가을 학기 전체 학점 중 A 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60%에 달했다. 20년 전 25%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이로 인해 하버드가 고성취 학생들 사이에서 진짜 '탁월한 성과'를 구분해내는 변별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며, 하버드 학위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학내 학생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교수진이 지난해 가을 A학점 비율을 53%로 잠시 낮추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해 결국 이번 표결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번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버드 학부생 연합회(HUA)가 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A학점 상한제'에 반대했으며, 72% 이상이 '백분위 석차 도입'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보수 성향의 학내 매체 '더 하버드 살리엔트'의 편집장인 케리 콜린스는 이번 변화가 탁월함을 보상하기보다 임의적인 '줄세우기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녀는 "이 방식은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얼마나 마스터했는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교육의 목표가 성적 깎기로 변질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개혁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고위 인사들이 하버드 등 엘리트 대학들을 향해 "능력주의 대신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경도되어 학생들에게 능력 대신 리버럴한 집단 사고의 대가로 점수를 퍼주고 있다"고 비판해 온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팀 월버그 의원(공화·미시간)은 e메일을 통해 "하버드가 마침내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해 고무적"이라며 "정직한 성적 평가는 졸업생들이 현대 노동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추도록 돕는 길"이라고 환영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교육역사학 교수 조너선 짐머만은 "과목의 기준이 엄격하고 학생들이 이를 충족했다면 당연히 A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너무 많은 교수들이 수업을 지나치게 쉽게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대학 교수들이 좋은 '강의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들에게 학점을 퍼주는 악순환이 고착화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레니타 콜먼 저널리즘 교수는 "높은 강의 평가가 높은 학점과 직결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이 평가가 교수의 연봉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교수들도 엄격해지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