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개발 협상 마무리 단계 진행
최대 6개 유전 개발 계약 추진, 이달 중 타결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속 대체 공급망 확보
[파이낸셜뉴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약 20년 만에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복귀를 추진하면서 국제 원유시장를 술렁이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이 외면해왔던 베네수엘라 원유를 다시 공급망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최대 6개 유전 개발 계약 체결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는 이달 안에 최종 타결·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엑손모빌 직원들은 지난달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해 주요 유전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은 1940년대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해왔지만, 2007년 우고 차베스 당시 대통령의 석유산업 국유화 정책 이후 퇴출됐다. 당시 대부분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보상 협상에 나선 반면 엑손모빌은 국제중재 소송을 택했다. 베네수엘라는 패소했지만 아직 약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 재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다렌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는 그곳에서 두 번이나 자산을 압류당했다"며 "세 번째 진출에는 매우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급변했다. 우즈 CEO는 이달 초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베네수엘라 사업에 대해 "투자와 수익 전망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가 이런 태도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졌고, 미국 정유업계 입장에서도 대체 공급처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쟁사 셰브런이 최근 베네수엘라 최대 유전 개발 확대 계획을 발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엑손모빌 입장에서는 남미 최대 원유 매장국 시장을 경쟁사에 통째로 내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엑손모빌은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초중질유 생산 경험이 베네수엘라 원유 특성과 유사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엑손모빌 유치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측은 이번 협상을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개선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세를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공급망에 본격 유입될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과 브렌트유 가격에 하방 압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생산 확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아직 새로운 원유 개발 계약 구조를 최종 확정하지 못했고, 노후화된 생산시설 복구에도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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