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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외국인이 올해 전례 없는 '셀 코리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00조원 가까이 팔았는데, 주식시장 개장 이래 최대 순매도 규모다. 시장에서는 우리 증시가 '삼전닉스'를 중심으로 폭등하면서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을 기계적으로 조절하려는 수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6조2263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개장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일일 기준으로도 올 들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월27일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만에 팔아치운 7조527억원이 최대치다. 이달 7일에도 외국인은 하루 동안 6조6986억원을 순매도했다. 작년 연말 기준 역대 최대 일일 순매도액은 지난 2021년 2월26일 기록했던 2조8299억원이었다.
외국인이 올 들어 100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배경에는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니라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리밸런싱' 수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커지자 외국인 자금이 기계적으로 비중 축소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에 포함돼 있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은 국가별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 비중이 커졌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비중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가 143.95% 급등했고, SK하이닉스도 198.16% 올랐다. 코스피 시장 내 두 종목의 비중은 올해 초 35.2%에서 48.2%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시장 내 반도체 투톱 비중 확대가 외국인 매도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EM지수 내 한국 비중이 급증했고, 비중을 맞춰야 하는 만큼 매도세가 더 나온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가 오를수록 외국인은 더 많이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211억원어치를 팔면서 순매도세가 잦아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제 매도 둔화라기 보다는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는 개인의 유무가 만들어 낸 '착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누군가 주식을 매도하려 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구조다.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위해 주식을 팔려고 해도 이를 받을 매수 주체가 없다면 원하는 만큼 매물을 던질 수 없다.
최근 증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개인 투자자의 유입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이 하루 6~7조를 던져도 이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매수 체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만약 매수 주체가 약해지면 외국인도 원하는 만큼 물량을 내놓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21일의 경우 지수가 8% 오르면서 개인이 2조6000억원 순매도를 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도 매물을 더 내놓을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라며 "이러한 자금의 '착시효과'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리밸런싱 매물이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주가는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나눈 값인데,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상승해 통상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하지만 현 시장은 이러한 할인율 부담을 무시한 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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