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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고소·고발 취하 합의에도… '블랙리스트' 수사 계속될 듯(종합)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3 17:16

수정 2026.05.23 17:16

'비노조 명단 확보' 등 의혹…반의사불벌 해당 안 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 교섭 과정에서 제기된 민형사 사건 고소를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도 노조 미가입자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수집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 ‘블랙리스트’ 의혹은 반의사불벌죄…취하해도 수사 가능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노사 갈등을 봉합하고 향후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회사가 경찰에 고소한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이용 사건은 이번 합의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사법절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이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이어 평택사업장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두 건으로 모두 임직원 개인정보의 무단 이용과 관련된 사안이다.

첫 번째는 '노조 미가입자 명단 작성 및 유포' 의혹이다. 회사는 지난 3월 31일 특정 부서의 사내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 가입 여부가 기재된 엑셀 형태의 명단 자료가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이 반영된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회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 4월 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두 번째는 '매크로 동원 대량 정보 무단 이용' 사건이다. 회사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무단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행위는 회사 정보보호 감지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탐지됐다.

무단 조회된 정보에는 임직원의 이름, 소속 부서, 인트라넷 아이디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A씨가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고, 수집한 정보를 사내 제3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정황까지 확인되자, 지난 4월 16일 추가 고소에 나섰다.

특히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이용한 인물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며 '노조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회사가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보호법,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뜻한다. 형법상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 강제수사 속도…재계 “사안 중대”
삼성전자 고소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해당 조회자를 특정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도 평택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사업장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를 두고 수사기관이 해당 사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 및 탈퇴, 정치적 견해 등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한 처리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노조 가입 여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직결되는 민감정보인 만큼,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이용하는 행위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사 간 합의와 별개로 수사기관이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의 경우 사회적 법익을 다루는 영역인 만큼 삼성전자 노사 합의만으로 해소될 성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단순 행위자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관련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
정보를 직접 무단 이용한 인물이 노조 소속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수사 범위가 노조 집행부 전반으로 확대될 여지도 거론된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