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잔액 41조원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용융자만 7조원
[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이너스통장까지 열어 주식 투자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용융자 잔고는 7조원을 넘었고,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한 달 새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었다. 대출금리까지 다시 오르면서 월급 생활자에게 주식 투자는 수익 기대만큼 이자 부담을 함께 떠안는 일이 되고 있다.
"월급 모아서는 못 따라간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점심시간마다 주식 앱을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날이면 사무실에서도 관련 얘기가 끊기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느끼는 조급함은 최근 증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코스피는 지난 15일 장중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8046.78까지 올랐지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7493.20에 마감했다. 지수는 8000선을 찍고 내려왔지만, 반도체 대형주를 향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지난 22일에도 코스피는 7847.7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2.34%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0.05% 오르며 강보합권에서 버텼다. 시장이 흔들려도 반도체 대형주는 여전히 직장인 투자자들의 대화 중심에 남아 있는 셈이다.
마통 잔액 41조원대…이자 부담도 같이 커졌다
문제는 투자에 쓰이는 돈의 성격이다. 여윳돈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출과 신용거래까지 함께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41조2822억원이었다. 지난달 말 39조7877억원보다 1조4945억원 증가했다.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0.10%포인트 올린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하단은 연 5.07%로 올라선다. KB국민은행 고정금리 하단이 5%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4.537.13% 수준이었다. 신용대출 금리도 1등급·1년 만기 기준 연 4.105.74%로 집계됐다. 월급으로 생활비와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투자 손실뿐 아니라 이자 비용도 함께 쌓이는 구조다.
빚투도 반도체로 몰려
주식시장 안에서도 빚을 내 투자하는 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조2751억원, SK하이닉스는 3조437억원이었다. 두 종목을 합치면 7조3188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도 커진다.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두 종목에 쌓인 신용거래융자는 올해 들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조5288억원이었지만, 지난 21일에는 7조원을 넘었다. 코스피가 7000선과 8000선을 차례로 찍는 동안 개인 투자자의 대출성 매수도 함께 불어난 것이다.
상승장 뒤에 남는 월급 계산
직장인 투자자에게 상승장은 기회이면서 압박이다. 월급은 매달 정해져 있지만 주식 계좌는 하루에도 크게 흔들린다. 집값, 생활비, 카드값, 대출 이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통장과 신용거래까지 쓰면 계좌 손실이 가계 부담으로 바로 옮겨갈 수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주식으로 번 사람 얘기만 들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면서도 "마이너스통장 이자가 붙는 걸 보면 무리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단기 대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주가가 빠지면 갚을 시점도 미뤄진다"고 했다.
결국 대출을 끼고 들어간 투자는 수익이 나도 계산할 것이 많다. 이자가 먼저 빠져나가고, 손실이 나면 원금 회복과 상환 시점이 함께 밀린다. 상승장을 따라잡으려는 돈이 빌린 돈일수록 직장인의 계좌에는 수익률뿐 아니라 매달 갚아야 할 이자도 함께 남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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