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치유센터 폐지 위기… 480억 사업 국비 방어전
정부 성과평가서 집행률·차별성 지적
성산 시흥리 2028년 준공 목표 사업
국비·도비 합쳐 480억원 투입 계획
제주도, 용암해수·화산송이 활용 보완
2027년 정부 예산 심사 앞두고 협의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동부권 해양자원을 활용한 480억원 규모 해양치유센터 건립사업이 정부 평가에서 폐지 위기에 놓였다. 제주도는 사업 차별성과 예산 집행 계획을 보완해 2027년도 정부 예산 심사에서 국비를 지켜내겠다는 방침이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시흥공원 일대에 추진 중인 제주해양치유센터 건립사업은 최근 기획예산처 주관 통합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사업 폐지' 의견을 받았다. 지적 사항은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예산 집행률 저조와 민간 치유 프로그램과의 차별성 부족이다.
제주해양치유센터는 국비 240억원과 도비 240억원 등 총 480억원을 투입해 지상 4층, 연면적 6100㎡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수중보행·운동 해수풀, 피부질환 전문치유실, 요가·명상 공간, 해양자원 테라피실 등을 갖추는 계획으로 추진돼 왔다.
이 사업은 제주특별법에 따른 4~6단계 중앙사무 권한이양 비용 보전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추진된 국비사업이다. 제주도는 2024년부터 지방재정투자심사와 총사업비 등록 등 국비 절충 절차를 진행했고, 해양자원을 활용한 치유시설 조성을 지역 균형발전 사업으로 설명해 왔다.
■ 정부 평가 문턱에 선 동부권 해양치유 거점
제주해양치유센터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성산·구좌권 해양자원과 동부권 관광 기반이 있다. 제주도는 용암해수, 화산송이, 검은모래, 해조류 등 제주 고유 자원을 활용해 건강증진과 치유, 해양관광을 결합한 시설로 센터를 구상했다.
해양치유는 해수와 해양기후, 해조류, 모래, 머드 같은 해양자원을 활용해 신체·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완도 등 일부 지역에서 관련 사업이 먼저 추진됐고, 제주도는 섬 지하에 형성된 용암해수와 화산섬 지질자원을 결합한 모델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 성과평가는 사업의 필요성보다 집행 가능성과 차별성에 무게를 뒀다. 행정절차가 길어지면서 예산 집행이 늦었고, 민간 스파·웰니스 시설과 구별되는 공공 기능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폐지 사업으로 분류되면 원칙적으로 예산 삭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제주도로서는 사업 정상화 논리를 빠르게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 관리 기조를 수용하면서도 사업을 보완해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관광·스파 중심 민간 서비스와 구별되는 공공 해양치유 거점으로 기능을 정리하고, 제주 특화 자원을 활용한 전문 프로그램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제주형 공공 치유'다. 용암해수는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풍부한 자원으로 소개돼 왔고, 화산송이와 검은모래, 해조류도 제주의 지질·해양환경을 보여주는 소재다. 제주도는 이 자원을 건강증진, 지역 주민 치유, 관광 약자 프로그램, 해양자원 연구·교육 기능과 연결해 민간 시설과 다른 공공성을 입증해야 한다.
■ 행정절차 지연 해소가 국비 확보 변수
예산 집행 지연 문제도 사업 정상화의 관건이다. 제주도는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와 공공건축 심의 등 사전 행정절차 때문에 집행이 늦어졌다고 설명한다. 행정 기반이 갖춰진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집행률을 끌어올려 사업 추진 의지와 재정 운용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해양치유센터 건축기획 설계용역을 완료했다. 설계공모를 거쳐 2025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설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착공 준비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정부 예산 심사에서 국비가 유지돼야 정상 추진이 가능하다.
6월부터 시작되는 2027년도 정부 본예산 심사가 1차 분수령이다. 제주도는 기획예산처와 해양수산부에 사업 보완 계획을 제시하고, 제주 특화 해양자원의 공공 활용성, 지역 균형발전 효과, 운영 차별화 방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번 논란은 대형 공공시설 사업의 숙제도 드러낸다. 국비를 확보해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정부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 운영 프로그램과 이용 수요, 지역 주민 활용 방안, 민간 영역과의 역할 분담까지 함께 설계해야 사업 지속성이 인정된다.
제주해양치유센터가 정상 추진되면 동부권 해양관광과 건강·치유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정부 평가 지적을 넘지 못하면 설계비와 행정절차를 투입한 사업이 착공 전부터 좌초될 수 있다. 제주도가 2027년 예산 심사 전까지 얼마나 구체적인 보완안을 내놓느냐가 사업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김종수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민간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제주형 해양치유 모델을 기획예산처 등에 설명하겠다"며 "내년도 국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사업이 정상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