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최대 10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됐던 총파업을 가까스로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서둘러 조직을 안정시키고 원팀 체제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주주들 역시 잠정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약 420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주주인 동시에 삼성전자의 고객이다.
해외 고객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관리 및 신뢰 회복 조치 역시 빠르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급 100배 차이에 DX 반발 확산…삼성전자, 조직 안정 '급선무'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22일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 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는 27일 오전 10시까지인데 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총파업 위기는 해결했지만 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을 300조 원으로 가정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지만 DX부문의 경우 600만원만 지급되는 까닭이다. 같은 회사에서도 성과급 차이가 100배에 달한다.
게다가 DX와 마찬가지로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 역시 1억 6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을 챙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DX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DX부문의 불만은 DX 직원이 주축인 동행 노조의 조합원 급증으로 표출됐다. 2000명대 수준에 머물던 동행 노조는 하루에만 8000명가량 조합원이 증가하면서 1만 명대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일부 DX 조합원들은 법원에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반대로 삼성전자 입장에선 원팀 체제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지만 결국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에 환호했던 주주…단체행동 '준비' 나섰다
주주들의 반발도 상상 이상으로 거세다. 최근까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은 주주들의 격려와 박수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주주들은 환호했고 삼성전자 역시 주주 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하지만 노사의 잠정 합의안 발표 이후 주주들은 성과급 확대가 배당 여력을 비롯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등은 잠정 합의안이 의결되면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이사진을 향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집단행동은 이미 시작됐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에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를 요청했고 회사 측은 이를 수용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주주명부를 확보할 시 공식 서한 발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동행동에 돌입할 방침이다. 반대로 삼성전자 입장에선 주주들의 반발을 달랠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공급망 리스크 우려한 글로벌 고객사…삼성전자, 신뢰 회복 시급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글로벌 고객사를 중심으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장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이기에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의 품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공급 계약을 위해 공을 들였던 엔비디아의 경우 파업 기간 중 공급 안정성과 생산 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수주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행히 우려했던 파업은 피했지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고객사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신뢰 회복 조치를 서둘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노사 합의 시점을 계기로 대만을 찾았다. 이 회장은 현지 팹리스 기업인 미디어텍 경영진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에 직접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확산한 공급망 불안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당분간 주요 고객사를 돌며 신뢰 관계를 재확인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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