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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심판과 선수가 같은 바이오 R&D

뉴스1

입력 2026.05.26 07:01

수정 2026.05.26 07:01

김희준 바이오 부장
김희준 바이오 부장


(서울=뉴스1) 김희준 바이오 부장 = 한국은 왜 세계적인 바이오 원천기술 기업이 적을까.

바이오 업계에서 오래 반복된 질문이다.

정부는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예산도 커졌다. 국가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규모는 연간 수조 원이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만 해도 총사업비가 2조 원을 넘는다.



정부 과제는 넘친다. 하지만 이런 지원 속에서도 업계와 시장에선 끝까지 살아남는 바이오 신기술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돈의 규모가 아니다. 돈을 누가 배분하고, 누가 평가하며, 누가 실패를 검증하느냐다.

지금 바이오 R&D 생태계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과기부는 R&D 사업도 하면서 국가전략기술 방향도 정한다. AI(인공지능) 바이오, 합성생물학, 디지털헬스 같은 정책 키워드도 대부분 과기부 중심으로 움직인다.

동시에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도 집행한다. 산하 전문기관을 통해 과제를 관리하고 성과 흐름까지 사실상 주도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조직과 사업을 관리하는 조직, 성과를 평가하는 흐름이 과기부를 중심으로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룰을 만드는 곳이 동시에 경기에 뛰고 있는 셈이다. 심판과 선수를 함께 맡고 있다는 이야기다.

R&D 시스템의 핵심은 견제다. 정책은 정책대로, 사업 관리는 관리대로, 평가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실패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에선 이 경계가 모호하다.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산업 육성은 필요하다. 다만 집중이 지나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 권한이 쏠린 부처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선 정책 키워드가 바뀔 때마다 연구 방향도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올해는 'AI 바이오'지만 내년은 또 다른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구보다 정부 언어를 먼저 배운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특히 바이오 산업에선 실패를 검증하는 독립성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바이오 산업은 원래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고 대부분 후보물질은 임상 단계도 넘지 못한다. 실패 자체가 산업의 일부다.

그런데 한국의 R&D 시스템대로라면 실패를 감수하기보다 실패를 피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제가 성공하면 정부 성과가 된다. 반대로 실패하면 연구자 책임으로 정리된다. 정작 사업 기획 자체가 적절했는지, 정책 방향이 맞았는지, 중복 투자는 없었는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

특히 정책을 설계한 조직이 성과를 평가하고 다시 그 성과를 홍보하는 구조에선 자기부정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바이오 R&D는 큰 도전보단 보여주는 식 사업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시장보다 정부 공모 일정에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기술 경쟁력보다 과제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는 순간 시장은 왜곡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사업 역시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최소한 정책·집행·평가 기능을 분산하려는 장치는 존재한다. 실패 프로젝트 역시 연구 데이터로 남긴다.

한국 바이오에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다.
누가 돈을 배분하고, 누가 실패를 검증하며,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구조 개혁이다. 심판이 선수까지 함께 뛰는 경기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스포츠만이 아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한국 바이오 R&D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