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현정은, H&Q서 지분 전량 회수…경영권 안정화 '궤도'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05:59

수정 2026.05.27 10:07

약 1600억에 잔여 지분 해결…약 30개월 만에 종지부
정지이 전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 3% 넘겼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

현대그룹의 H&Q 투자 유치 일지
시기 내용
2006년 KCC, 쉰들러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 넘김
2014년 쉰들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7000억원 규모 주주대표소송 제기
2023년 대법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지연이자 포함 2700억원) 배상 판결
2023년 4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M캐피탈에 2300억원 대출받아
2023년 11월 H&Q,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엘리베이터에 약 3100억원 투자
2025년 10월 현대홀딩스컴퍼니, H&Q 투자자산에 1차 콜옵션 행사
2026년 4월 현대홀딩스컴퍼니 일부 콜옵션 순차 행사
2026년 05월 18일 현대홀딩스컴퍼니, H&Q 투자자산 잔여 CB·RCPS 전량 2차 콜옵션 최종 행사
(파이낸셜뉴스 재구성)

[파이낸셜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백기사로 불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파트너스로부터 지분 전량을 회수했다. 2023년 11월 첫 투자 후 약 30개월 만에 종지부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을 지난 22일 기준 3.01%까지 늘리면서, 경영권도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H&Q, 투자 30개월 만에 유종의 미 거둬
27일 업계에 따르면 H&Q는 현대엘리베이터 관련 투자에 대한 최종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완료했다.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지난 18일 H&Q가 보유한 잔여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량에 대해 2차 콜옵션을 행사하면서다.

H&Q는 이를 통해 약 1600억원을 추가 회수했다.

H&Q는 2023년 11월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엘리베이터에 약 3100억원을 투자했다. 구조를 보면 현대홀딩스컴퍼니 발행 CB 1330억원,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 800억원, 최대주주가 보유한 현대홀딩스컴퍼니 RCPS 약 970억원 등이다. 투자 재원은 H&Q 블라인드펀드 1256억원, 신규 프로젝트펀드(코인베) 887억원, 인수금융 1000억원으로 조달됐다.

H&Q는 지난해 9월 말 기존 1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2500억원으로 증액하는 자본구조 재편(리캡)을 실시, 약 1500억원을 펀드에 조기 분배해 투자원금 상당 부분을 선회수했다. 이 거래에는 현대홀딩스컴퍼니의 H&Q 투자자산에 대한 콜옵션 행사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홀딩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1차 콜옵션을 행사했다. H&Q는 보유 EB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지분 4.45%)로 교환한 뒤 씨티글로벌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약 1500억~1600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최초 교환단가 주당 4만2000원 대비 매각단가는 주당 8만3400원 수준으로, 이 구간에서만 내부수익률(IRR) 약 40%, 투자원금대비수익률(MOIC) 약 2배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4월에도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일부 콜옵션을 순차적으로 행사하더니, 지난 18일 잔여 CB·RCPS 전량에 대한 2차 콜옵션을 최종 행사했다. H&Q는 이를 통해 약 1600억원을 추가 회수하며 이번 투자를 마무리했다. 전체 투자 기간 기준 그로스(Gross) IRR은 약 20%, MOIC는 약 1.5배 수준으로 집계된다.

H&Q의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현대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스위스 쉰들러그룹이 주주대표 소송을 통해 최대주주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확정시키면서 현 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협이 확대된 바 있다. H&Q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현 회장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대주주와 이사회 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이뤄내면서 장기간 지속됐던 경영권 관련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현대그룹 제공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현대그룹 제공

정지이, 무벡스 털고 엘리베이터 담는다

정지이 전무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대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 전무는 올해 2월 보유 중이던 현대무벡스 주식 357만7978주(보유주식의 약 80%)를 장내매도한다고 공시했다. 2월 11일 종가 2만9950원 기준 약 1072억원 규모다. 매도 사유로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밝혔다.

현금을 확보한 정 전무는 곧바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수에 나섰다. 3월 23~26일 4차례에 걸쳐 28만9000주를 장내 매수, 약 24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0.4%에서 1.09%로 끌어올렸다. 이후 4월 3~23일에도 꾸준히 매수를 이어가며 지분을 2.24%까지 확대했고, 5월 19~22일에도 추가 매수를 단행, 보유주식을 117만6612주(지분율 3.01%)로 늘렸다.

정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현대그룹 지배구조 정립이 이뤄졌던 2014년 하반기다. 2023년 4월 1300주(4525만원어치)를 소규모 매수한 뒤 한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올해 들어 무벡스 지분을 대거 매각한 현금으로 본격적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다.

22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20.13%)이며, 정 전무가 개인 명의로 3.01%, 임당장학문화재단이 1.4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홀딩스컴퍼니의 지분은 현 회장(74.98%)과 정 전무(8.95%) 등이 보유한 구조다. 정 전무는 전무 직급 11년째로 어머니인 현 회장을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5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1만4010원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정 전무는 현재 지분만으로도 연간 약 165억원 수준의 배당 수익이 가능해, 추가 지분 매수를 위한 재원 확보에도 유리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
현 회장이 쉰들러와의 20년 법정 분쟁, H&Q 투자 유치와 상환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배구조를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