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토픽

"시각장애인 여성 치고 적반하장"…中 1억뷰 분노 영상, 알고 보니 조작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6 09:57

수정 2026.05.26 10:54

조작된 사고 영상에 등장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SCMP 캡처
조작된 사고 영상에 등장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SCMP 캡처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 위를 걷다 전동자전거에 치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1억회 넘게 조회된 뒤 조작으로 드러났다. 영상 속 사고와 가해자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가 커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조회 수를 노린 연출이었다. 현지에서는 실제 시각장애인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점자블록 사고 영상에 분노한 누리꾼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에서 확산한 시각장애인 사고 영상이 조작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영상은 지난 9일 한 블로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는 베이징의 한 점자블록 위를 걷던 시각장애인 여성이 전동자전거에 치이는 장면이 담겼다. 전동자전거 운전자는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에게 "왜 조심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따진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도됐다.

여성은 바닥에 웅크린 채 떨어진 흰 지팡이를 찾는 모습으로 영상에 등장했다.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조회 수는 1억회를 넘었다.

경찰 "조회 수 노린 허위 연출"

사건은 경찰 발표 뒤 뒤집혔다. 중국 베이징 경찰은 해당 영상이 실제 사고가 아니라 허위로 연출된 장면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민망과 지에미엔 등에 따르면 경찰은 26세 남성 류 모 씨와 24세 여성 장 모 씨가 관심을 끌고 이익을 얻기 위해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도로변에서 영상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걷다 전동자전거에 치이고 운전자에게 질책받는" 내용을 찍어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많은 누리꾼의 관심과 토론을 유도해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두 사람은 형사 강제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시각장애인 피해 우려도

중국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선의를 미끼로 삼았다"며 조작 영상을 비판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알리는 내용처럼 보였던 영상이 사실은 조회 수를 노린 연출이었다는 점에서 분노가 커졌다.

논란은 단순히 허위 영상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과 위험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한 시설이지만, 현실에서는 자전거와 전동차, 불법 주정차, 적치물 등으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조작 영상이 앞으로 실제 피해 사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 경찰은 허위 연출이나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거짓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행위가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법규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