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들어 다소 동력을 잃었던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쿼드(Quad)'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견제를 핵심 축으로 하는 쿼드가 처음으로 공동 인프라 사업에 나서고 핵심 광물·에너지 안보 협력까지 확대하면서 사실상 '경제·안보 동맹'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 중국의 희토류·핵심광물 통제 강화 속에서 공급망 재편과 해상 안보를 묶는 새로운 전략 축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일본·인도·호주 외교장관들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열고 남태평양 피지 항만을 공동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쿼드가 출범 이후 공동 인프라 사업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는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 호주의 페니 웡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2024년 9월 이후 세 번째 장관급 회동이다.
루비오 장관은 회의 후 "태평양 도서국의 항만 수용 능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피지와 협력할 것"이라며 "항만 인프라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순 인프라 지원을 넘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지정학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남태평양 국가들을 대상으로 항만·도로·통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쿼드는 이날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와 핵심 광물 협력 프레임워크 출범에도 합의했다. 광산 개발부터 정제·가공, 재활용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투자와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일본 입장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중국이 외교 갈등 이후 항공우주·방위산업·반도체에 사용되는 일부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망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며 "쿼드는 미국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이자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쿼드의 위상을 둘러싼 의구심도 여전하다. 지난해 미국과 인도 간 관세 갈등 등으로 정상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통상 갈등이 커지면서 쿼드 정상급 협력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최근 "올해 후반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외교 당국자들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상급 회동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