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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장보고 N' 美 버지니아급 체급 유력 "인·태 수중 작전 판도 바꾼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14:42

수정 2026.05.27 19:56

한국형 핵잠, 7000~8000t급 미국 주력 버지니아급 규모 건조 전망   
대북 억제 한계 탈피, 인도·태평양 해상교통로 보호 기여 확장 필요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및 북한 8000톤급 신형 핵잠 대치 축선 형성  
저농축우라늄·장주기 운전 적용, 국제 비확산 원칙 투명성 공인 필수  
40년 복합 사업 시동, 범정부 추진체계 구축 통한 실행력 확보 과제

지난 2004년 7월 4일 수중 배수량 약 7800t급 미 해군의 차세대 주력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SSN)인 버지니아함(USS Virginia, SSN-774)이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 조선소 인근의 대양에서 첫 번째 열린 바다 항해 시험인 '알파 해상 시험(Alpha Sea Trials)'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당시 잠수함 세일(함교탑) 위에는 완벽한 시험 통과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빗자루(Clean Sweep)'가 게양되어 화제가 되었다. 미국 해
지난 2004년 7월 4일 수중 배수량 약 7800t급 미 해군의 차세대 주력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SSN)인 버지니아함(USS Virginia, SSN-774)이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General Dynamics Electric Boat) 조선소 인근의 대양에서 첫 번째 열린 바다 항해 시험인 '알파 해상 시험(Alpha Sea Trials)'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당시 잠수함 세일(함교탑) 위에는 완벽한 시험 통과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빗자루(Clean Sweep)'가 게양되어 화제가 되었다. 미국 해군
[파이낸셜뉴스] 국방부가 전날 발표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계획인 '장보고 N사업'의 청사진이 드러나면서 동북아 수중 작전의 판도가 격변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대북 억제력 확보라는 국내용 명분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상교통로 보호와 미 해군과의 실질적인 수중 작전 통합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안보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원과 고도의 외교·기술적 전략을 품고 2030년대 중반 실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저농축우라늄(LEU) 조달· IAEA 제14조 활용, 국제법적 투명성 확보
27일 군사 싱크탱크의 분석을 종합하면, 전날 국방부가 공식 명명한 '장보고 N사업'의 개발 기본계획 문서에는 우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철저히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 대한민국이 확보하려는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만을 운용하되 원자력 동력원으로 장기간 잠항 능력을 극대화한 공격형 핵추진잠수함(SSN)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핵심 연료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이 아닌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낮은 저농축우라늄(LEU)만을 사용하며, 한 번 연료를 장착하면 수십 년간 교체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장주기 원자로 체계를 독자 개발하는 것을 기술적 원칙으로 수립했다.

가장 민감한 외교적 걸림돌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와 관련해서는 고도의 법리적 절차가 추진된다. 국방부는 우리 군이 IAEA 추가의정서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는 동시에, 핵연료의 군사적 목적(함정 추진 동력) 사용 시 사찰을 일시 면제받을 수 있는 '전면안전조치협정(INFCIRC/153) 제14조'에 근거해 IAEA 당국과 공식 협의를 개시할 방침이다. 이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오해를 원천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신뢰와 투명성을 공인받기 위한 핵심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틀 내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양국이 합의한 공동 설명 자료를 바탕으로 고위급 안보 협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방부는 군사 보안과 원자력 안전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기존 민간 규제 체계와 분리된 전담 감독 기구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기본계획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군수 특수 기준과 군용 원자로의 안전성을 전문적으로 감독할 '국방 원자력 규제기관'을 국방부 산하에 독립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 기관은 핵연료의 반입부터 보관, 잠수함 탑재, 그리고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까지 전 과정을 엄정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지며, 국내 전문 원자력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을 담보하게 된다. 또한 안전과 직결된 군용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 구축 시,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원칙도 문서에 명시했다.

■장보고 N, 국내용 프레임 넘어 인·태 해상교통로 보호 전략자산 입증 필요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장보고 N사업이 성공적인 전력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존에 고수해 온 대외 명분과 안보 프레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그동안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마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라는 국내 정치·군사적 명분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단선적인 접근법은 핵확산 방지(Non-proliferation) 기조에 극도로 민감한 미 행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거나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에는 외교·안보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독자적인 핵 능력을 갖추거나 민감한 원자력 기술을 군사화하는 것에 대해 글로벌 핵비확산 조약 체제 유지를 이유로 철저한 통제 기조를 유지해 왔다. 오커스(AUKUS) 협정을 통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한 사례 역시 이례적인 특례일 뿐, 한국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따라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한반도라는 좁은 바다에서의 국지적 억제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글로벌 동맹의 역량을 강화하는 국가 전략 자산임을 국제 사회에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한민국형 핵추진잠수함의 진정한 외교적 명분이자 실전적 가치는 대한민국의 생명선과 다름없는 '인도·태평양 지역 해상교통로(SLOC) 보호 기여'에서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대한민국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인 만큼,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잇는 해상 물류 축선의 안전 확보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 안보 과제다. 우리 군의 핵추진잠수함이 무제한에 가까운 수중 잠항 능력을 바탕으로 이 해역에서 다국적 연합 해군 전력의 일원으로서 실질적인 해상 안보 환경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야 미국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과 원자력 협정의 전략적 예외 조항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범정부 추진체계 구축, 미 배악관 및 국방 당국 등과 지속적 외교 협상 필요
특히 유 위원은 정부가 이번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단순한 무기 획득 사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고도의 외교 전술이 결합한 종합 안보 전략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기술적 빗장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가 동맹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태 지역 내 해양 안보 리스크를 분담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어 전날 장보고 N사업 발표는 한국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역사적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업의 명칭과 저농축우라늄 사용 원칙, 국내 개발·건조 방침, 총수명주기 관리, 비확산 준수 입장, 2030년대 중후반 전력화 목표를 공식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한 정책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핵심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대통령실·국방부·외교부·산업부·원안위와 원자력연구기관, 조선업계가 참여하는 범정부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한미 협의, IAEA 협의, 특별법 제정, 원자로 안전규제, 핵연료 공급·관리, 폐기물 처리, 운용교리, 승조원 양성, 미 해군과의 작전통합 문제를 단계별로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장보고 N사업'은 전력획득 사업을 넘어 한국의 해양안보와 동맹전략을 한 단계 높이는 국가전략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 위원은 장보고 N사업의 성공은 함정의 기계적 건조 능력을 넘어, 호주와 영국의 선례처럼 미 백악관 및 국방 당국과의 정교하고 지속적인 고위급 외교 협상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보고 III 배치-2 잠수함. 국방부 제공
장보고 III 배치-2 잠수함. 국방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