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멧돼지 신고 2년 새 2.4배..."포획보다 예방 시스템 갖춰야"
아파트 지하주차장·주택가까지 침투
전문가들 "예방형 공존 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까지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와 시민 안전 사이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출몰 예측 시스템 구축, 기관 간 공조 체계 강화 등 사전 예방형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서울시 유해야생동물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서울 멧돼지 신고 건수는 총 48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427건 대비 약 13.8% 증가한 수치로, 2022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2.4배 늘었다. 최근에는 산지 주변을 넘어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공원 등 생활권 내부까지 멧돼지가 내려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날 새벽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멧돼지 두 마리가 출몰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야생동물이 생활공간 내부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주민 불안은 커지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씨(34)는 "퇴근하고 늦은 밤 주차장에 들어갈 때마다 혹시 멧돼지가 나타날까 불안하다"며 "야생동물 보호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주거지역 안전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개발 과정에서 야생동물 서식지가 훼손된 만큼 인간 중심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씨(25)는 "사람이 살겠다고 산을 깎고 길을 만들었는데, 생활 터전을 잃은 동물이 내려오니까 유해조수라고 하는 건 모순 같기도 하다"며 "개발 단계부터 생태통로나 완충녹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와 국립공원공단은 북한산국립공원 저지대와 주요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포획틀 184개와 차단 울타리 18.8㎞를 설치하는 등 관련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출몰 현상이 반복되면서 단순 포획이나 사살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멧돼지 출몰 문제를 일회성 대응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산지와 주거지가 맞닿은 지역에서는 개체를 포획하더라도 다른 멧돼지가 같은 경로로 반복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애초에 도심으로 내려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몰 빈도가 높은 지역에 차단 울타리와 이동 제한 시설을 설치하고, 멧돼지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처럼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도시 환경 안에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감시·예측 시스템 필요성도 언급됐다. 열감지 기능을 탑재한 AI형 드론이 순찰을 돌며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몰 가능 지역을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AI는 멧돼지 이동 패턴과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출몰 예측과 대비가 가능하다"며 "드론 감시 체계와 안전감시단, 지자체 통합 대응 체계를 결합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멧돼지 출몰이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소방·지자체·산림 당국이 함께 대응하는 범기관 공조 체계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 장기적 대응을 위해서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이동 경로와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생활권 출몰이 반복되는 만큼 생태통로 확보와 완충녹지 조성 등 서식 환경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고속도로 생태다리처럼 인간 활동과 야생동물 이동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동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도심으로 내려왔을 경우에도 지자체 협조 체계를 통해 (본거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