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성수기엔 바가지, 비수기엔 출혈경쟁… 제주 렌터카 요금체계 손질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도, 자동차 대여약관 규칙 입법예고
신고 대여요금 할인율 60% 이내 제한
자차면책 자기부담금·휴차료 기준 명문화
렌터카 이용률 70~80%대… 관광 신뢰 직결
전국체전 앞두고 가격·사고 분쟁 차단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 차량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제주도는 성수기·비수기 렌터카 요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고 대여요금 할인율을 최대 60% 이내로 제한하는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뉴시스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 주차장에 차량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제주도는 성수기·비수기 렌터카 요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고 대여요금 할인율을 최대 60% 이내로 제한하는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렌터카 요금체계가 '싼값 경쟁'에서 '예측 가능한 가격' 중심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비수기에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성수기에는 요금 급등으로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자 제주도가 할인율 상한과 자차손해면책 기준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꺼냈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제주특별자치도 자동차 대여약관 기재 등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신고된 1일 대여요금의 할인율을 최대 60% 이내로 제한하고, 자기차량손해면책제도 운영 기준을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 3월 4일 관련 조례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제주도는 기존 '자동차 대여요금 원가 산출에 관한 규칙'을 폐지하고 대여요금 원가 산정, 할인율, 추가요금, 자차손해면책 기준을 담은 새 규칙을 마련했다.

렌터카는 제주 관광의 핵심 이동수단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 가운데 렌터카 비율은 2018년 이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렌터카 예약 데이터에서도 30대와 40대가 전체 이용자의 62%를 차지해 가족·개별여행 수요와 맞물린 주력 이동수단으로 나타났다.

제주 렌터카 시장은 이미 총량관리 대상이다. 제주도는 렌터카 공급 과잉에 따른 교통 혼잡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6년 9월까지 적정 대수를 2만8300대로 관리하기로 했다. 2024년 기준 도내 렌터카는 2만9785대, 업체는 도내 업체 104곳과 도외 업체 영업소 9곳으로 집계됐다.

■ 가격보다 큰 문제는 '예측 불가능성'

렌터카 이용개들이 제주국제공항 인근 렌터카하우스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렌터카 이용 비율은 2018년 이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렌터카 이용개들이 제주국제공항 인근 렌터카하우스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렌터카 이용 비율은 2018년 이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 렌터카 시장에서는 비수기 초저가 판매와 성수기 요금 급등이 반복돼 왔다. 업체들은 수요가 적은 기간에는 신고요금에서 큰 폭으로 할인해 차량 가동률을 높이고, 성수기에는 수요 집중에 맞춰 가격을 올리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소비자는 같은 차종도 시기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바가지요금'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 제주지역 렌터카 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 간 격차가 큰 대표 관광 민원으로 꼽혀 왔다. 비수기 하루 2만~3만원대 차량이 성수기에는 20만원 수준으로 오르는 구조고, 성수기 요금이 비수기보다 10배 이상 책정된 사례도 제기됐다.

제주도는 이번 규칙안에서 렌터카 업체의 재무제표와 회계자료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원가를 산정하도록 했다. 신고된 1일 대여요금의 할인율을 60% 이내로 제한해 신고요금과 실제 판매가 사이의 괴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할인율 제한은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조치라기보다 가격 체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장치다. 비수기 출혈경쟁과 성수기 급등 구조를 완화해 소비자가 대여요금 수준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비수기 가격 인상 우려도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할인 경쟁을 줄이면 초저가 상품은 줄어들 수 있다. 제주도는 업체 요금 신고와 실제 판매가, 추가요금 표시를 함께 관리해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안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 자차면책 분쟁 줄여야 관광 신뢰 회복

제주시 용담동 한 렌터카 업체 차고지에 렌터카가 주차돼 있다. 제주도는 자기차량손해면책제도의 자기부담금, 휴차료, 보장범위, 면책금 기준을 명문화해 사고 처리 과정의 소비자 분쟁을 줄일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제주시 용담동 한 렌터카 업체 차고지에 렌터카가 주차돼 있다. 제주도는 자기차량손해면책제도의 자기부담금, 휴차료, 보장범위, 면책금 기준을 명문화해 사고 처리 과정의 소비자 분쟁을 줄일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소비자 불만은 대여요금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고 이후 수리비, 면책금, 휴차료, 보장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5년간 렌터카 피해구제 신청 1743건 가운데 계약·사고 관련 분쟁이 77.0%를 차지했고, 사고 관련 분쟁 중 사고처리 비용 과다 청구 피해가 74.2%였다고 밝혔다.

제주 쏠림도 뚜렷하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렌터카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제주지역 비중은 36.7%였다. 월별로는 7~9월 접수가 전체의 29.8%를 차지해 여름 성수기 분쟁이 집중되는 흐름도 확인됐다.

특히 '완전자차', '슈퍼자차' 같은 상품명은 모든 손해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면책 한도나 제외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도 렌터카 계약 때 상품명보다 상세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제주도는 이번 규칙안에 자차손해면책제도의 유형, 자기부담금, 휴차료, 보장범위, 면책금 기준을 명확히 담기로 했다. 사고 때 이용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과 조건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해 계약 이후 분쟁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기준을 위반한 자동차대여사업자에 대해서는 점검과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예약 과정도 남은 과제다. 렌터카 예약은 업체 홈페이지뿐 아니라 가격 비교 플랫폼, 여행사 연계 상품, 항공권 결합 상품을 통해 이뤄진다. 실제 판매가와 취소 수수료, 자차면책 조건이 같은 기준으로 안내되는지까지 점검해야 제도 효과가 난다. 소비자원도 제주지역 렌터카 사업자에게 예약 취소 절차를 예약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예약 단계에서 취소 가능 시점과 환급 금액을 알리도록 권고한 바 있다.

시행 시점도 중요하다. 제주에서는 오는 9월 전국장애인체전과 10월 전국체전이 열린다. 대규모 방문객이 몰리는 시기에 렌터카 요금 논란이나 사고 처리 분쟁이 불거지면 제주 관광 신뢰에 부담이 된다. 제주도 자료에서도 업계는 전국장애인체전과 전국체전 이전 제도 개선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5월 규제심사와 법제심사, 입법예고를 거쳐 6~7월 중 조례·규칙 심의와 공포를 추진한다. 공포 이후에는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할 계획이다.

김삼용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할인율 상한제와 자차손해면책 기준이 마련되면 이용자가 대여요금과 사고 부담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며 "투명한 거래 기준을 통해 제주 관광 신뢰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제주 렌터카 #요금체계 #싼값 경쟁 #예측 가능한 가격 #성수기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