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푹 자고 일어났더니 1kg이 빠졌다? [살빼기록]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9 06:00

수정 2026.05.29 06:00

질 좋은 수면은 다이어트에 도움
밤 10시부터 새벽 2시사이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핵심
숙면은 물론 운동까지 효과


Chat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Chat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어제 저녁은 똑같이 먹었는데 왜 오늘은 체중이 더 줄었지?"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저녁 식단도 비슷했고 운동량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아침 체중계 숫자가 유독 낮게 나오는 날이다. 반대로 열심히 운동했는데도 체중이 기대만큼 줄지 않는 날도 있다.

건강과 젊음 유지의 핵심 '숙면'

이에 대해 29일 당뇨·내분비 분야 권위자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는 숙면이 건강와 젊음을 유지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질 좋은 수면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은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을 증가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분비를 감소시켜 과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도 체중 감량을 하면서 몸의 변화를 기록하던 중 숙면과 체중 감량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같은 저녁 식단을 먹고 비슷한 운동을 한 날이라도 밤 9~10시 사이에 잠들어 8시간가량 충분히 숙면한 다음 날은 체중 감소 폭이 더 컸다. 심할 때는 밤사이 1kg 넘게 가까이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물론 하루 사이 체중 변화에는 수분량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관찰해보니 수면 시간과 체중 변화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었다.

'저속 노화'를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수면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하루 2시간씩 잠을 덜 자는 생활을 5일 정도만 이어가도 피부 상태나 눈가, 얼굴 윤기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운동을 해도 수면이 부족하면 몸은 빠르게 늙어간다는 의미다.

충분한 멜라토닌…수면부터 운동까지 효과

이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은 빛의 양을 감지해 멜라토닌 분비량을 조절하는데,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분비가 증가하면서 몸에 '잠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거나 밝은 조명 아래 오래 머무르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어두운 환경을 만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해진다.

멜라토닌은 단순히 잠만 잘 자게 하는 호르몬이 아니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DNA 손상과 세포막 파괴를 줄이고 조직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항암 효과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다이어트 측면에서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은 멜라토닌이 혈당과 체중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점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는 '아이리신(Iris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아이리신은 지방을 태우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아이리신이 원활하게 분비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멜라토닌이다.

결국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돼야 운동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잠을 제대로 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대부분 먹는 것과 운동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체중 감량 과정에서 의외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수면일 수 있다. 하루 1시간 더 운동하는 것보다 1시간 더 자는 것이 체중 감량과 노화 예방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흔히 말하는 '나잇살'의 배경에 멜라토닌 감소가 있다"면서 "멜라토닌은 사춘기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40대에는 최고치 대비 약 70% 감소하고 60대에는 최저 수준에 가까워지는데,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성장호르몬 분비도 함께 감소하면서 체지방이 쉽게 축적되고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교수는 "멜라토닌을 활성화하려면 밤에는 최대한 어두운 환경을 만들고, 아침에는 강한 자연광을 충분히 쬐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햇빛은 생체시계를 초기화해 밤에 새로운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늘 밤 체중 감량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헬스장에 한 번 더 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조금 일찍 내려놓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