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서울까지 45㎞ 질주
교통사고 후 현장 이탈도
法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파이낸셜뉴스] "어? 문이 열려 있네."
늦은 밤 인천의 한 도로. 몽골 국적의 A씨는 길가에 세워진 포터 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운전석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차 안에는 열쇠까지 꽂혀 있었다. A씨는 그대로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당시 무면허 상태였던 A씨의 질주는 서울까지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를 남겨둔 채 현장을 벗어났다.
29일 파이낸셜뉴스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2024년 2월 7일 오후 11시께 시작됐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인근에 주차돼 있던 피해자 B씨(33) 소유의 트럭에 몰래 들어간 뒤 차량 안에 꽂혀 있던 열쇠로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
법원은 A씨가 차량 소유주의 동의 없이 트럭을 운전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A씨에게는 운전면허조차 없었음에도 주행 거리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약 45㎞ 구간에 달했다.
사고는 다음 날 오전 12시7분께 서울 광진구 앞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영동대교북단 사거리 방면에서 강변북로로 빠지는 연결도로 방향으로 차량을 몰고 있었다. A씨가 옆 차로 차량 흐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차선을 바꾼 순간, 트럭 짐칸 측면 부분이 우측 차로를 따라 직진 중이던 피해자 C씨(34)의 승용차 앞부분과 충돌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A씨는 차량을 세워 피해 상태를 확인하거나 119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차량을 몰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C씨는 목 주변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는 등의 부상을 입어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승용차 역시 약 278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파손됐다.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무면허운전, 형법상 자동차불법사용 혐의를 적용했다. 도주치상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달아났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법정형 하한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설정돼 있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심동영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점, 사고 현장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차량 보험회사의 구상금 청구에 따라 신체사고 보험금 40만2920원과 차량손해 보험금 347만2700원을 모두 지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자동차불법사용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A씨가 피해자 C씨를 피공탁자로 해 300만원을 공탁한 점,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집행유예 판단에 반영됐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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