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축유 방출 대신 민간비축 하향… 1200만배럴 IEA 공조 이행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 공동방출 공조에 정부 비축유 직접 방출이 아닌 민간비축 의무일수 하향 방식으로 참여한다. 국내 석유 수급이 아직 안정적인 만큼 정부 비축분은 중동전쟁 장기화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남겨두고, 민간 정유사들이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넓히겠다는 판단이다.
2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석유비축 의무일수를 현행 40일에서 20일로 낮추는 고시를 제정하고, 이를 통해 약 1200만배럴 규모의 공동방출 이행 실적을 IEA에 통보할 계획이다. 시행 시점은 오는 29일부터이며 별도 해제 시까지 적용된다. IEA 공동결의 당시 한국은 정부와 민간을 각각 5대5 비중으로 총 2246만배럴 규모의 공동방출 참여를 통보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민간 비축유가 당장 시장에 물리적으로 풀리는 방식은 아니다. 의무비축 일수를 낮춰 정유사들이 의무적으로 묶어둬야 하는 재고 부담을 줄이고, 수급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민간비축 의무일수를 40일에서 20일로 낮추면 IEA에 약 1200만배럴을 공동방출 이행 물량으로 통보하게 된다"면서 "다만 1200만배럴이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의무비축 기준을 낮춰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재고 범위를 넓히는 조치로, 실제 유통 여부와 시점은 정유사들이 수급 상황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부비축유 방출을 유보한 것은 국내 수급 상황이 아직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민간은 원유와 제품을 합쳐 약 9000만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양 실장은 "국내 수급 상황은 전혀 부족한 상황이 아니며 민간 재고도 전쟁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부비축유 방출 시점은 좀 더 가져가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을 직접 낮추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최고가격제를 통해 관리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가격 효과보다는 IEA 국제공조 이행 방식에 방점을 뒀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휘발유나 경유는 최고가격제로 붙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보다는 국제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이냐를 중점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수급이 타이트해질 경우 이번 조치가 민간의 대응 여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실장은 "현재 민간 상황에서는 재고 수준을 40일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나중에 상황이 악화되면 민간이 자율적으로 수급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 최고가격제 관련 고시 제정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이후 손실 보전과 관련해 기회이익 반영, 각 사별 특성 고려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실장은 "고시는 너무 세밀하지 않게 원칙과 기준 위주로 제정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