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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8위라는 숫자에 속지 마라"… '3.5게임 차' 롯데, 반격의 조건은 충분하다 [블라인드 스팟]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9 13:57

수정 2026.05.29 18:11

선발 ERA 3위·마무리 최준용 1B블론… '이기는 계산'은 이미 섰다
고승민 0.392·나승엽 3홈런… 구원병 합류로 타선도 업그레이드
감독의 퇴장이 던진 묵직한 메시지… "어수선한 플레이, 집중력 잡아라"
엘빈만 돌아오면... 진짜 승부는 여름, 8위라는 숫자에 주눅들 이유 없다


롯데 황성빈이 필사적인 슬라이딩으로 8점째를 뽑아내고 있다.롯데자이언츠 제공
롯데 황성빈이 필사적인 슬라이딩으로 8점째를 뽑아내고 있다.롯데자이언츠 제공

[파이낸셜뉴스] 야구는 통계와 흐름의 스포츠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순위표가 팀의 진짜 전력을 가리기도 한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순위는 9위. 사직벌을 바라보는 팬들의 한숨이 깊어질 만한 위치다. 하지만 지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롯데가 지금 당장 고개를 숙이거나 가을 야구를 포기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가을 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는 고작 3.5게임 차. 연승 한 번이면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가시권이다.

롯데는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문제는 그 저력을 결과로 묶어낼 '디테일'이다.

리그에서 강팀과 약팀을 판별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선발 평균자책점(ERA)'이다. 롯데의 선발 ERA는 4.03으로 리그 전체 3위다. 두 달 이상 계속 1위를 질주하다가 최근 들어 로드리게스의 부진 등으로 3위로 그나마 내려앉은 수치다.

QS 숫자도 삼성에 이어서 두산에 이어 21회로 3위다. 선발 야구가 된다는 것은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기본 판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선발 지표가 1~3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팀인데 순위가 8~9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다.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제공
최준용.롯데 자이언츠 제공

비록 구원진 ERA가 5.44(8위)로 다소 높지만, 뒷문이 헐거운 정도는 아니다. '수호신' 최준용의 존재감 덕분이다.

최준용은 올 시즌 19경기에 나서 21.1이닝 동안 2승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에 20탈삼진을 기록하며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특히 5월 들어 내준 점수는 단 2점뿐이며,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박정민, 현도훈, 정철원, 김원중 등 중간에서 버텨줄 물량도 넉넉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확보되어 있다.

선발이 무너지거나 마무리가 없는 것은 어쩔 수없다. 감독의 역량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전력의 한계'지만, 롯데는 최소한 앞문과 뒷문의 뼈대가 구축되어 있다.

팀 타율 0.262(6위), 팀 득점 205점(9위)이라는 지표 때문에 타선이 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5월 5일을 기점으로 나승엽, 고승민 등 특급 구원병들이 합류하면서 롯데 타선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졌다.

고승민.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승민.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승민은 18경기에서 타율 0.386라는 고감도 타격을 뽐내고 있고, 나승엽 역시 16경기 타율 0.333에 3홈런을 터뜨리며 기대했던 장타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여기에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 기계를 향해가는 빅터 레이예스가 버티고 있고, 리드오프 장두성은 타율 0.296에 11도루로 밥상을 잘 차리고 있다.

비록 유격수 전민재가 날씨가 더워지며 체력 저하를 겪고 실책(7개)이 늘어났지만, 타석에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쳐내고 28일 경기에서는 3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율 0.267, 4홈런 23타점으로 하위 타선의 핵 역할을 무난하게 해내고 있다.

전준우가 여전히 부진한 것이 타선에서 치명타이지만, 그렇다고 이 타선이 리그 최하급의 타선이라고는 절대 볼 수 없다.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롯데자이언츠 제공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롯데자이언츠 제공

투타의 뼈대는 이만하면 괜찮은데 왜 롯데는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점에 다시 하향세를 탔을까.

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의 부진(5월 3패 후 부상자 명단행)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진짜 범인은 '수비와 디테일'에 있다.

최근 롯데의 경기를 보면 아주 작은 차이, 보이지 않는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르고 있다. 집중력 부재에서 오는 어수선한 플레이가 찬물을 끼얹는다. 선두권을 달리는 LG에게 패한 것은 1-2, 6-8. 아주 근소한 차이였고,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실책들이 숨어있었다.

최근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한 김태형 감독의 행동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제발 집중해 달라"는 강력하고도 묵직한 메시지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김원중이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를 마무리하며 포효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김원중이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를 마무리하며 포효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제공

할수 있는 선수들이 계속 나와서는 안되는 실수가 나온다는 것은 결국 팀 분위기가 어수선 하다는 의미다. 팀 전체가 "집중하자!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만 만들어져도 어이없는 실수는 확연하게 줄어든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타자쪽에서는 전준우, 투수쪽에서는 김원중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 잡아줘야 한다. 단순한 전력보다 이 선수들이 분위기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진짜 승부는 체력전이 시작되는 여름부터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은 더욱 떨어진다. 이럴때일수도록 잘하기보다 더 못하는 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롯데 선수단에게 필요한 것은 9위라는 순위표에 주눅 드는 것이 아니라, 5위와 3.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는 희망을 품고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기본기로 돌아가 디테일을 잡는 순간, 롯데도 충분히 연승가도를 달릴 수 있다.

폭염이 시작됐다.
아직, 절대 포기할 때가 아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