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국토부 공급대책, 안했나 못했나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8 18:27

수정 2026.05.28 18:32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지난 26일 발표된 '비아파트 공급대책'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수고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책이 나오기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국토부 기대와 달리 혹평이 적지 않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국토부가 '안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못하고 있는 건지' 평가가 그중 하나다.

'5·26 비아파트 공급대책'을 보자. 핵심은 단기간 내 주택공급 촉진이다.

규제도 풀고 건설금융도 지원할 테니 '신속하게 공급하라'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비아파트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오는 2030년까지 11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실 상가·오피스·지산 등을 프리미엄 원룸·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핵심은 빠져 있다. 돈을 빌려 줄 금융기관, 책임준공을 담당할 주체, 비아파트 수요 진작 등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건설금융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아파트 전용 특례 PF 보증 신설과 도생 주택기금 사업자 대출 지원 확대 등이다.

통상 사업을 진행할 때 사전에 은행과 대출 협의를 한다. 정부가 대책을 통해 지원 강화를 약속한 만큼 (협의는)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이 돈을 안 빌려주면 그만이다. 요즘 은행의 PF 현실을 보자.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로 제2금융권도 부동산 PF 취급을 꺼리고 있다.

비아파트는 '문전박대'이다. 자금조달의 키를 쥔 은행이 대출 문을 열 리가 만무하다. 여기에 다세대·연립 사업자들이 활용하는 사업자 및 시설자금 대출도 멈춰 서 있다.

붕괴된 비아파트 책임준공 시스템 회복에 대한 고민도 대책에서 빠져 있다. 사실 비아파트는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토지신탁'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책임준공을 일차적으로 시공사가 책임지고, 최종 신탁사가 맡는 구조이다.

현재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책임준공 토지신탁' 상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부실이 늘고,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사라진 책임준공 주체를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사업자 입장에서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렵게 비아파트를 건설해도 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아파트의 경우 중도금대출을 어렵게 받아도 잔금대출을 중도금보다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비아파트 감정평가 하락 등으로 잔금을 납입할 때 오히려 중도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정부는 일정 기준(전용 60㎡·수도권 6억원 이하)을 충족한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고 있다. 하지만 특히 서울에서 이 기준을 충족한 상품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주택자가 되면 투기세력으로 몰려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임대용 상품인 비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을까.

'5·26 대책'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독자는 "임대사업자·다주택자가 되는 순간 파산하고 집을 뺏기는데 누가 사겠냐"고 적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은 비생산적 금융이고, 투기라는 게 범정부의 인식"이라며 "이것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앞서 현장과 업계는 규제완화를 넘어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에 대해 건의했다. 국토부에서도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장에서 원하는 '큰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전월세난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한 이유다. 하지만 정작 나온 대책은 국토부에서 할 수 있는 대책 위주이다.
국토부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