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각서 약정금 부분만 파기환송...6500만원 배상은 확정
[파이낸셜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를 확정시켰던 이른바 '학폭 노쇼' 사건의 당사자,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에게 써준 9000만원 지급 각서의 효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약정금 청구 부분을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양의 어머니 이씨는 2015년 박양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듬해 8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과 관할 서울시교육청,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및 교직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이씨의 대리를 맡았으나 1심 패소 취지 판결 후 2심에서는 항소이유서만 제출하고 재판 기일에 3차례 출석하지 않으며 항소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권씨는 자신의 과오로 인한 패소 사실을 약 4개월 간 숨긴 후 뒤늦게 이 사실을 알리며 이 씨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줬다.
하지만 이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이씨가 해당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9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각서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법원의 판단 부분에 불복해 이를 상고했다. 2심은 9000만원 지급의 전제 조건에 언론에 해당 사실을 제보하지 않는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언론 보도가 되면 무효'라는 문구가 각서에 명시되지 않은 이상, 법원이 함부로 작성자의 숨은 의도를 추측해 문서의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권씨가 각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기에 지급조건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밖의 내용에 대해서는 원심을 확정했는데, 이씨는 권변호사와 로펌에게 6500만원, 항소심 수수료 220만원 등의 배상을 확정받았다. 파기환송심에서는 9000만원 지급 각서에 대한 부분만 다투게 된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씨를 대리한 이재성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파기환송심에서 각서에 따른 9000만원 약정금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고,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배상액은 위자료와 각서 등을 합쳐 원금만 약 1억6000만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배상금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경애 변호사가 대체 어떠한 경위에서 불출석을 하게 되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대법원의 판단에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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