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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라팍 공포증인가? 홈 ERA 무려 5.68"… 선두 삼성의 아킬레스건, 마무리 김재윤 딜레마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0 12:26

수정 2026.05.30 12:25

29일 두산전 7-3 리드 안고 9회초 등판한 김재윤, 1사 만루 장작 쌓고 강판
배찬승마저 강승호에 역전 만루포 헌납… 충격의 9-7 역전패
원정 ERA '0'인데 홈 라팍 ERA는 '5.68' 극과 극… 김재윤의 극심한 홈 징크스 딜레마


김재윤.연합뉴스
김재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런 패배는 단순히 1패를 넘는다. 3패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연패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가장 완벽한 승리를 눈앞에 두고 맞이한 9회초, 믿었던 뒷문이 산산조각 나며 대구벌은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철옹성 같던 마무리가 무너지자, 그 뒤를 잇는 톱니바퀴들도 연쇄적으로 파열음을 냈다. 선두를 질주하던 삼성 라이온즈가 뼈아픈 불펜 붕괴로 뼈아픈 내상을 입었다.



삼성은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하 라팍)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8회까지 7-3으로 앞서다, 9회초에만 무려 6점을 헌납하며 7-9라는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4연승이 좌절된 삼성은 같은 날 KIA 타이거즈를 완파한 2위 LG 트윈스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앞선 아슬아슬한 선두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대참사의 진앙지는 다름 아닌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4점 차의 여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승리를 굳히기 위해 9회초 든든한 마무리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선두 타자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린 김재윤은 다즈 카메론과 김인태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1사 만루의 장작을 쌓은 뒤 씁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불붙은 장작은 후속 투수들마저 집어삼켰다.

원정에서 김재윤은 좋은 모습을 보인다. 올 시즌 아직까지 실점이 없다.연합뉴스
원정에서 김재윤은 좋은 모습을 보인다. 올 시즌 아직까지 실점이 없다.연합뉴스

바통을 이어받은 '필승 좌완' 배찬승은 박찬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강승호에게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 홈런을 헌납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올라온 장찬희마저 정수빈에게 쐐기 솔로포를 얻어맞으며 라팍의 밤은 삼성 팬들의 탄식으로 물들었다.

이번 참사로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김재윤의 극심한 '라팍 징크스'다.

김재윤의 올 시즌 원정 경기 성적은 완벽에 가깝다.

7.2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평균자책점(ERA) '0'을 기록 중이며, 사사구도 단 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방인 라팍 마운드에만 오르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된다. 홈 12.2이닝 동안 ERA 5.68이라는 믿기 힘든 부진을 겪고 있으며, 피홈런 2개에 사사구는 무려 9개를 남발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 특성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인지, 안방에서 제구와 구위 모두 심각하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마무리 투수의 홈구장 부진은 팀 전체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정규시즌 144경기 중 절반인 72경기를 라팍에서 치러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홈에서 계산이 서지 않는 마무리를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은 거대한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마무리의 불안이 불펜 전체의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재윤이 쌓은 장작을 치우려다 무너진 배찬승의 사례처럼, 9회를 깔끔하게 책임져야 할 투수가 흔들리면 그 앞을 지키는 셋업맨들의 부담과 피로도가 가중되며 불펜의 연쇄적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삼성의 팀 구원 ERA는 4.11로 리그 전체 2위에 오를 만큼 탄탄하지만, 이 견고한 철벽도 마무리의 붕괴 앞에서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왕조 재건을 향해 순항하던 사자 군단이 시즌 개막 후 가장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김재윤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라팍의 저주'를 스스로 끊어내지 못한다면, 삼성의 V9을 향한 여정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단독 선두 수성의 최대 위기, 박진만 감독의 마운드 운용 능력이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