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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의 성과급, 무엇이 달랐나?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15)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09:00

수정 2026.06.07 09:00

삼성과 SK의 성과급, 무엇이 달랐나?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15)

[파이낸셜뉴스] 5월 27일, 삼성전자 노조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73.7% 찬성으로 가결됐다. 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지급률 상한 폐지, 향후 10년간 적용이다. 그런데 이 제도의 골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8개월 앞서 2025년 9월 노사 합의로 도입한 'PS 10% 룰'과 사실상 동일하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기본급 1000% 상한을 폐지하며, 10년간 유지하는 구조다.



같은 산업, 동일한 골격의 제도. 그러나 평가는 정반대였다. SK하이닉스의 제도는 "국내 대기업 보상 문화를 바꾼 선도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동일한 제도는 가결 직후 DX부문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DX 중심 동행노조에는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는 신규 가입이 몰렸다. 같은 설계가 한쪽에서는 신뢰의 증표가 되고, 다른 쪽에서는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은 두 가지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가?

첫 번째 원인은 도입의 주체와 시점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 노사 합의로 PS 10% 룰을 도입했다. 시점이 중요하다. 그해 1분기부터 이미 HBM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이익 폭발의 한가운데였던 만큼 제도는 호황의 과실을 직원과 나누겠다는 능동적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2025년 영업이익 47조 원의 10%인 약 4.7조 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경로를 밟았다. 2025년 12월 교섭이 시작된 이후 6개월간 두 차례의 결렬, 쟁의권 확보, 파업 예고를 거친 끝에 5월 20일 합의에 도달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5월 16일 이재용 회장의 대국민 사과였다. 같은 골격의 제도였지만, 회사가 선제적으로 제안한 약속이 아니라 노조의 압박과 회장의 사과 끝에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 차이는 조직심리학에서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성원은 보상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평가한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가, 어떤 시점에 결정됐는가에 따라 동일한 보상도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선제적으로 제시된 보상은 신뢰의 신호로 해석되지만, 갈등 끝에 수용된 보상은 갈등의 흔적으로 남는다. 물론 SK 역시 노사 협상의 결과였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협상의 성격이 달랐다. 호황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사측이 능동적으로 분배를 제안한 협상과, 노조의 압박에 떠밀려 같은 안을 수용한 협상은 같은 결론에 도달해도 받아들여지는 무게가 다르다. 보상의 크기가 같아도 의미가 다르면 반응이 달라진다.

단일 사업과 다각화 기업은 다른 설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 원인은 사업 영역의 구성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실상 단일 사업 기업이다. 영업이익의 10%를 전 직원에게 배분하는 공식이 사업부 간 갈등 요소 없이 작동한다.

삼성전자는 다르다. 반도체(DS), 가전·모바일(DX), 디스플레이, 하만 등 사업 영역이 이질적이다. 삼성은 SK와 같은 공식을 도입하되 적용 범위를 반도체 부문으로 한정했다. 그 결과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 DX부문 직원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게 됐다. 약 100배의 격차다. 합의안 가결 직후 DX 직원들이 동행노조에 빠르게 결집한 현상은 격차의 절대 크기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별도의 보상 트랙으로 분류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내부 형평성의 문제'로 다룬다. 같은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보상을 동료의 보상과 비교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절대 금액의 만족도보다 동기부여와 충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각화 기업이 단일 사업 기업의 보상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동일한 제도가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에서 응집을 만든 공식이 삼성에서는 분열의 기제로 작동한다. 사업 영역이 다른 기업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적용에서 배제된 부문의 박탈감을 흡수할 별도의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 삼성의 600만 원 자사주는 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다른 대기업의 경영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하이닉스 모델이 한국 보상 문화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일 사업 구조에서 검증된 제도를 다각화된 자기 회사에 그대로 이식하는 순간, 같은 함정이 반복될 수 있다.
좋은 제도를 도입하는 능력보다, 자기 회사의 사업 구성과 협상의 시점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제도는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만들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신호가 된다.
그것이 이번 사례가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김문경(국민대학교 겸임교수·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