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가격 t당 2만4000원대
시장 전망보다 다소 높은 수준
유상할당 경매 수요 급증 영향
배출권 구매보다 감축 투자 강화
정부, 시장 관리·전환 지원 필요
"오르는 건 예상했지만, 속도가 빠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2만4000원대를 돌파하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최근 오름세가 예상보다 가팔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탄소가격이 실질적 감축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환 지원정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전사, 감축투자로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출권 가격 흐름이 당초 시장 전망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제4차 계획기간 시행과 함께 발전부문 유상할당 확대 등 제도 변화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일정 수준의 가격 변동 가능성은 예상하고 있었다"며 "다만 최근 가격 흐름은 시장 전망 대비 다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산기를 앞둔 기업들의 선제적인 배출권 확보 경쟁도 가격 상승을 자극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배출권 시장에서는 유상할당 경매의 높은 응찰한도 등의 영향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배출권 확보 및 비용 관리에 대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배출권 가격 상승 자체가 제도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형성돼야 기업들이 배출권 구매에 의존하기보다 설비 개선과 저탄소 전원 전환 등 실제 감축투자에 나설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발전공기업들은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감축계획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부발전은 최근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62%에서 72%로 상향 조정했다. 남부발전은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확대 △수소 혼소 발전 △석탄발전의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등을 제시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정부가 2035 NDC를 발표하면서 전력부문 감축 목표를 68.8~75.3%로 제시했다"며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와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을 위해 목표 상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출권 구매는 실질적인 감축이 될 수 없다"며 "설비 투자와 설비 교체 등을 통해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발전공기업들도 상향된 목표에 맞춰 감축목표 조정을 진행 중이다.
■철강 "가격신호만으로 전환 한계"
반면 철강업계는 배출권 가격 상승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강조한다. 철강은 고로 중심 생산체계 특성상 단기간에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기 어려운 대표적인 난감축 산업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공정 특성상 단기간에 배출을 급격히 줄이기 어려운 대표적인 난감축 산업인 만큼 배출권 가격 신호만으로 전환이 완성되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탄소가격이 단순한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감축기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예측 가능하고 균형 있게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탄소가격 자체보다 전환여건이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감축투자를 검토할 유인은 커지지만, 고로 중심 생산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고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정 전환에는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과 수소 인프라, 저탄소 제품 수요 등이 뒷받침돼야 가격 신호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전 업종의 급격한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3차 계획기간의 잉여 배출권이 남아 있는 데다 업종별·기업별 보유물량과 감축여력에 따라 부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1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오른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업종과 기업별 상황에 따라 부담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일률적으로 어렵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결국 산업계는 배출권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부담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정부의 시장 관리와 전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한편 정부도 한국형 녹색전환(K-GX) 전략 수립을 앞두고 업종별 전환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등 업종별 녹색전환 과제와 재정·세제·금융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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