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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살리기 해법 실종… 6·3 선거, 공수표 공약만 넘친다 [김규성의 이슈+]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1 19:05

수정 2026.05.31 19:05

여야 격전 속 진영대결 확산 양상
총선판 되풀이에 지방선거 정체성 흔들
반도체·AI 유치 등 현실성 낮은 공약뿐
지방소멸·일자리 등 지역 현안은 뒷전
재정수반 없는 정책, 공수표 될 가능성
국비 의존 높은 재정구조도 지자체 부담
'공약 재정 샐러리 캡' 도입 목소리 커져

지역살리기 해법 실종… 6·3 선거, 공수표 공약만 넘친다 [김규성의 이슈+]

6·3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선거 초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압승 예측에서 분위기가 후반으로 오면서 급변할 조짐을 보이자 곳곳에서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보수의 본고장으로 불리지만 여야가 팽팽한 대구의 시장 선거, 호남지역임에도 민주당이 코너에 몰린 듯 한 모습인 전북 지사 선거는 전국적 관심지역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선거 이벤트다. 보궐로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선거는 이른바 보수진영 내부 대립까지 가미되면서 주목도가 높다.

한껏 달궈진 선거판이지만 한발 비켜서서 보면 의외의 사실을 보게 된다. 6·3 선거는 이름 그대로 4년 주기로 시도지사 등을 뽑는 지방선거다. 14곳의 재보궐선거를 같은 날 치러지만 지역이 선거 화두여야 한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지역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천 탈락, 탈당, 무소속 출마 등 갈등 이슈가 선거 전반을 사실상 지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등장하면서 진보·보수 진영대결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선거 정책 공약으로 지역문제에 대한 해법 제기가 흔치 않게 되면 지방선거 회의론, 나아가 지방소멸에 직면한 지역주민들의 자조론이 커질 수 있다. 수도권,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대부분 지역의 공통현상이다.

■지방선거인가, 총선인가

31일 중앙선관위원회가 집계한 '제9회 지방선거 참여 정당(중앙당)의 10대 정책 목록'에 따르면 주요 정당은 지역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들을 앞 순위에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번 정책으로 균형발전 행정·재정·제도 기반 구축, 다음으로 지방 핵심산업 육성 및 지방 생활기반시설 확충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첫번째로 주거안정을 통한 기본권 실현, 두번째로는 규제철폐와 신산업성장을 통한 경제대도약을 선택했다.

조국혁신당은 '99년 평생 안심 내 집', '지역공공서비스의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 구축, 지역순환경제 실현', 개혁신당은 '규제는 줄이고, 혁신은 키우는 성장경제'를 각각 최우선 정책들로 꼽았다.

중앙당이 제시하는 정책은 포괄적이다. 지역 친화적 정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10대 정책순위에서 지역에 방점을 찍은 정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지역·지방에 부합하는 정책은 2개 정도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공약과 크게 구분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총선과 2년의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지방선거 공약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마치 총선 공약집에서 뽑아 놓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청년과 노인 중심 일자리 창출, 주택문제 해소, 교육복지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자녀 양육 환경 개선과 일·가정 양립 등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선거에서 제기된 정책공약들이다.

중앙당 공약만 봤을 때, 균형발전은 고사하고 '중앙정치 예속'이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지역맞춤형 정책제시가 다소 늘어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수도권 30분 출근 대전환'을 1순위 정책방향으로 발표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중심으로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 대전환으로 도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1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한 2030년 평균연봉 5500만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천원주택, 천원패스, 천원기저귀 등 '천원 유니버스'로 복지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제안했다.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대전형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민생경제 회복의 마중물 제공,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우주항공, 바이오, 반도체, 방산 등 7대 전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을 각각 제안했다.

강원은 양당 모두 복지 공약에 공을 들였다.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청년 공공주거 지원 확대 및 청년마을 조성을 내놨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강원형 4대 도민연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 경남에서는 뒤쳐진 지역의 성장 전략이 핵심이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해양수도'로 지역경제 구조 체질 개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찬스'로 30세 1억원의 '청년미래기금'을 정책으로 제시했다.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으로 30분 생활권 구현,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는 '경남도민 멤버십 카드'를 통해 생활밀착형 혜택 강화를 제안했다.

■남발하는 공약들…흔들리는 반도체

지방자치의 목적은 균형발전이다. 하지만 여러 통계치에서 보듯 지방 공동화, 지방 소멸은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약들이 지방선거에서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표심만을 자극하고, 공약에 투입되는 비용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검증없이 내놓은 공약들은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 라인 이전 공약들이다. 여야 구분 없이 선거철마다 반도체 라인 이전 공약들은 쏟아졌다.

6·3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시기, 규모까지 내놨다. 민 후보는 "취임 1년내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경기 용인, 평택을 중심으로 수백조원대 투자를 확정짓고 하루 빨리 공장 완공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업 유치를 위한 전력망 확충, 학교 건립 같은 구체적 방안은 두 후보 모두 없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4년 전에도 반도체 라인 이전 공약은 나왔다. 2022년 선거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니라 교육원이다.

다른 후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선관위와 각 정당에 따르면 전국 16개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 54명 중 44명이 반도체 또는 AI 산업 관련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공약의 질'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별 대항전 성격이어서 선거철마다 흔들면 경쟁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방 재정 현실을 외면한 정책 제안 남발도 우려된다. 정책 다시 말해 공약은 재정을 수반하지 않으면 공수표다. 재정 확보 방안이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민선 7기와 8기 시도지사의 공약이행을 위한 재정확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8기의 공약이행 필요재정은 598조원으로 7기 대비 138조원 늘었다. 하지만 재정확보율은 35.73%에 그쳤다. 6·3 선거 이후 구성되는 시도지사는 민선 9기다.

지자체 자체 재원 확충보다 중앙정부 이전 재원 의존도가 높은 것도 한계다.
8기 시도지사 공약이행을 위한 재정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6.73%였다. 시도비는 16.16%에 불과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재정여건을 고려 않은 공약은 장기적으로 해당 지자체는 물론 국가 전체의 부담"이라며 "공약 총량을 재정 범위 내로 제한하는 '공약재정 샐러리 캡'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성 정치부장
김규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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