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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팔고 개미는 사고"…반도체 랠리 '70조 쩐의 전쟁', 과연 승자는 [월급쟁이 희노애락]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1 05:39

수정 2026.06.01 05:38

'삼전·닉스' 두고 개인·외국인 매매 엇갈려
개인은 30조원 순매수, 외인 40조원 매도
단순 합산 기준 70조원대 수급 충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하이닉스 지금 들어가도 되나.", "차라리 삼전이 낫지 않겠어?"

최근 점심시간 한 식당에서 들려온 직장인들의 대화다. 반도체 대형주 얘기가 나오자 이들은 하나둘 휴대전화를 꺼내 주식 앱을 확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한 뒤 반도체 주식은 직장인들의 일상 대화 속으로 들어왔다. 누군가는 "외국인이 파는데 괜찮겠느냐"고 했고, 다른 이는 "그래도 AI 장세는 더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두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외국인은 큰 폭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같은 반도체 장세를 두고 개인은 추가 상승 기대에, 외국인은 차익실현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개인은 사고, 외국인은 팔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9조7520억원, SK하이닉스를 10조1600억원 순매수했다. 두 종목 합산 순매수 규모는 29조9120억원이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16조6740억원, SK하이닉스를 24조2860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40조960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 순매수액과 외국인 순매도액을 단순 합산하면 70조8720억원이다. 이는 70조원대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그만큼 크게 엇갈렸다는 의미다.

수급이 갈린 배경에는 주가 급등이 있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는 81.42%, 삼성전자는 43.7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8.45%를 웃돌았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동안 개인은 추가 상승에 베팅했고, 외국인은 일부 물량을 줄이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대 직장인 A씨는 "월급으로는 따라잡기 힘든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인이 파는 걸 보면 무섭지만, 안 사면 나만 빠지는 것 같아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주식 얘기 단골 소재… '삼전·하이닉스'

반도체 랠리는 직장인들의 일상 대화에도 들어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증권사 앱을 보는 사람이 늘었고, 직장에서는 "삼전 더 갈까", "하이닉스는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간다.

40대 직장인 B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워낙 많이 오르니까 단순한 주식 얘기가 아니라 월급 비교처럼 느껴진다"며 "누구는 하이닉스로 몇천만원 벌었다고 하는데, 나는 예금만 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따라 사기에는 부담도 크다. 이미 급등한 뒤라 하루 변동폭이 커졌고, 외국인 매도 규모도 작지 않다. 직장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기대와 단기 고점 부담을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이다.

B씨는 "AI 반도체 수요가 좋다는 말은 알겠는데, 한 달에 80% 넘게 오른 종목을 지금 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며 "업무 중에도 호가창을 보게 되니 피곤하다"고 했다.

"아쉽지만 난 아닌 것 같다" AI 기대와 고점 부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기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공급 확대 기대를 받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서버 확산도 메모리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0만원대 후반까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00만원대 후반까지 제시했다. 실적 개선 기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흐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 호재가 나와도 차익실현 물량이 먼저 나올 수 있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개인이 받아낸 물량이 손실 부담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용거래나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한 투자자는 변동성에 더 취약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선택지도 많아졌다.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손실도 커질 수 있는 구조다.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외국인은 팔고, 개미는 고민한다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들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증시에서 가장 익숙한 대형주이고, AI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는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주가가 움직이고, 주변에서 수익 사례가 들리면 매수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진다.

문제는 매수 이유가 좋은 기업이라는 판단인지, 나만 놓칠 수 없다는 불안인지다. 두 종목 모두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이미 급등한 가격에서는 같은 뉴스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증권사 앱을 보던 A씨는 "회사에서는 돈 번 얘기만 들리는데 막상 사려고 보면 외국인은 팔고 있어서 더 헷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데 주식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흔든다"고 털어놨다.

반도체 랠리가 이어질지는 외국인 수급과 실적 전망, AI 투자 흐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최근 수급은 분명한 흐름을 보여줬다.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30조원 가까운 돈을 넣었고, 외국인은 40조원 넘게 덜어냈다.
같은 종목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이 부딪힌 가운데, 직장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다음 거래일 호가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