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최 BOK 국제컨퍼런스 1일차
신현송 총재-ECB 이사 정책대담
■"반도체 강력..통화정책 장애물 적어"
신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 첫날 열린 정책대담에서 "지난 1·4분기 우리나라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 상승률은 각각 3.6%, 12.3%로 (충격을 준) 에너지 가격 상승보다 초과 보상을 해준 결과인데 인플레이션 관련한 통화정책 조정에서 장애물이 적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강력한 반도체 수치들이 명목 GDP로 나타나고 이는 가계부채에도 유익한 효과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상향됐는데, 그 중 반도체 주도 정보기술(IT) 기여도가 0.7%p였다.
해당 발언은 중동사태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를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그 수단으로 쓰이는 기준금리 인상은 대개 경제 위축을 동반하지만 지금은 그에 밀리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집행에 있어 고민이 깊지 않다는 뜻이다.
신 총재는 앞서 지난달 28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화정책 수행 시 (물가·성장·금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될 때 서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딜레마가 있다"며 "이번에는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 어디를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 시선은 중동사태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한 영향의 규모와 지속성에 있다. 정책대담자로 나선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갈등이 비교적 빨리 해결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충격은 클 뿐 아니라 지속적"이라고 진단했다.
슈나벨 이사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 조사에서 3년, 5년 후 수치까지 상당폭 상승했는데,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제 물가로 얼마나 파급될지는 경제의 수요 강도와 건전성에 달려 있다고 봤다. 슈나벨 이사는 "경제 전반의 수요가 튼튼하다면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마진(수익)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또 임금을 높인다면 이런 (소비자들도) 이 같은 가격 전가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라고 지목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해협이 내일 재개방된다고 해도 공급망이나 인플레이션 복구 속도는 그보다 느릴 것"이라며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압박이 덜하지만 전 세계적 충격으로부터 격리돼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는 조언도 있었다. 금융안정, 통화정책 등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슈나벨 이사는 정책대담 전 기조연설에서 "민간 화폐가 광범위하게 채택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금융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어 중앙은행은 수동적 관찰자로 머무를 수 없다"며 "적절한 대응은 혁신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고 안정성과 통화 통제력 측면에서 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1970년대 등장했던 머니마켓펀드(MMF)와 비교하며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스템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런(run) 위험이 내재돼있다는 게 슈나벨 이사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MMF가 단기국채,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편입한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준비자산으로 예금, 국채, 레포(Repo) 등을 담게 되는데 신뢰에 균열이 가는 순간 대규모 환매가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전통 금융시장에 충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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