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핵보다 돈…美·이란 종전협상 흔드는 동결자산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0:20

수정 2026.06.04 10:20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르면 이번 주말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협상 막판 최대 쟁점으로 동결자산 문제가 부상했다. 이란은 종전 합의와 동시에 해외 동결자산 일부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카타르를 통한 제한적 자금 해제와 중동 국가들이 참여하는 대이란 투자펀드 조성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막판 변수로 떠오른 동결자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과의 합의가 "성사된다면 주말 중에라도 이뤄질 수도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그들이 문서에 서명하는 데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연방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처리가 종전 협상의 핵심"이라며 "(양측 간) 교환한 문서에서 그 문제가 분명히 다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 이전 기준으로 60%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무기급(90%)으로 추가 농축할 경우 핵무기 10기 안팎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루비오 장관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지만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지점은 동결자산 해제를 둘러싼 금전적 보상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날 협상에 정통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중재국들을 통해 미국과 초기 합의에 도달하는 즉시 일정 형태의 자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자산 동결을 해제할 경우 전쟁 기간 미국이 이란에 가해온 경제 압박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경제 압박이 향후 이란 핵프로그램의 세부 조건을 다루는 2단계 협상의 핵심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번 합의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비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해 온 '오바마의 대이란 현금 지원'은 2016년 핵합의 이행 과정에서 지급된 17억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의미한다.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해외에 묶여 있는 동결자산 가운데 약 120억달러 규모의 자금 해제를 우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직접지원 대신 우회 지원 검토


문제는 이란이 아무런 보상 없는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미국이 직접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에 일정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우회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우선 카타르 등 제3국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이 직접 이란에 자금을 넘기지 않고 카타르를 비롯한 중재국이나 우방국이 이란에 동결자금 또는 별도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미국은 직접 지급 논란을 피하면서도 이란에는 협상 진전을 위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카타르를 방문해 해외 동결자산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 현재 카타르 은행에는 한국 원유 수출 대금 등을 포함한 약 6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묶여 있다.

또 다른 방안은 동결자산을 해제하되 사용처를 인도주의 목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자금이 이란 정부에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승인된 공급업체를 통해 의약품, 식량, 농업 물자 구매에만 사용되도록 하는 구조다. 이는 이란에 경제적 숨통을 틔워주면서도 군사·핵 프로그램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최종 합의 이후 이란 재건을 위한 투자기금 조성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기금은 수십억달러 규모로 조성돼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은 해당 기금에 직접 출자하지 않고 자금 대부분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돈이라고 주장하는 자금을 통제하고 있다"며 "그들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해야 할 일을 할 때까지 그 돈을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 돈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도 의회 청문회에서 "이번 협상에는 계약 체결 보너스 같은 것은 없다"며 "모든 것은 조건부"라고 밝혔다.


그는 "핵프로그램 관련 제재 해제는 이란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모두 이행한 이후 논의될 수 있지만 협상 초기 단계에서 제공되는 혜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