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율

1530원 뚫렸다…달러 풀어도 안 잡힌 환율

홍예지 기자,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6:28

수정 2026.06.04 16:19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서 원달러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대에 진입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서 원달러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대에 진입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중 1530원선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외환보유액은 한 달 새 9억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달러 공급에도 환율이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고환율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 풀었지만 역부족…장중 1530원 뚫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1530.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530.8원까지 상승하며 약 두 달 만에 1530원선을 넘어섰다.

1530원대에서 거래가 시작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3월의 11거래일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 이후 가장 긴 고환율 국면이다.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후반대로 상승했고, 안전자산 선호 속에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5선을 웃돌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1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겹치며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도 지속됐다.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및 시장 안정화 조치가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5월 4046억달러까지 줄었다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감소와 증가가 엇갈리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두개입에도 요지부동…고환율 장기화 우려
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은 잠시 상승 폭을 줄였다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며 1530원선을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진정되더라도 고환율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종료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될 수 있고,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원화 약세 압력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역외 시장에서 이미 1530원대가 형성된 상황으로, 시장이 미·이란 갈등 구조의 장기화를 점차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세계 12위를 유지했다. 중국이 3조4105억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 스위스, 러시아, 인도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월 9위에서 2월 10위, 3월 12위로 하락한 뒤 3개월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