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조 권한 확대에 초점…'성과급 사태' 등 리스크 키웠다 [이재명정부 1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4 18:23

수정 2026.06.04 18:22

노동정책 상징 '노봉법'
노동계 '역사적 진전' 평가하지만
기업은 폭증한 교섭 요구에 시름
불확실성 커지고 경쟁력은 약화
'제2의 삼전 사태' 언제든 가능
해외 투자자들도 우려 목소리

노조 권한 확대에 초점…'성과급 사태' 등 리스크 키웠다 [이재명정부 1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노동정책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노동권 확대라는 역사적 진전이란 노동계의 평가와 달리 기업들은 단기·중장기 경영 전략보다 노사 분쟁 대응에 집중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노조리스크 확대→기업 경쟁력 약화→일자리 및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간 균형잡힌 정책 추진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떠는 기업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전국 1011개 하청노조 조직이 372개 원청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 관련 인원만 약 14만6000명으로, 경제계에선 원청기업이 어느 노조와 먼저 협상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 적용 범위가 애매모호하게 확대되면서 커진 불확실성이 기업들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노사관계 전망 조사에서 기업의 72.9%가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고, 이들 중 83.6%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현대차는 구내식당 종사자, 보안업체 직원 등 하청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판정이 또 미뤄져 3차 회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생산, 보안, 식당, 판매, 연구 등 업무형태가 다른 하청 조합원들까지 교섭을 해야 할지를 놓고 노사가 지루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심판회의는 금속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대차를 상대로 하청 조합원 1675명을 대상으로 한 교섭 요구서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금속노조는 현대차의 사용자성이 부인되거나 축소되면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경고했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노사협상의 핵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노란봉투법으로 구조조정, 사업재편, 인수합병(M&A)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노사 갈등이 불거질 여지도 크게 늘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산업 등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야지만 노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회사채 발행 또는 유상증자에 나선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위험요소'로 노란봉투법에 따른 파업 확대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투자보다 노조에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면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노조 이슈로 투자계획을 쉬이 마련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대기업이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노란봉투법을 직접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경제계에서 노조 문제를 불안 요소로 꼽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엔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노란봉투법이란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부연했다.

■해외서도 우려 섞인 시선

더 큰 문제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유럽상공회의소(ECCK)는 노란봉투법이 투자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최근 삼성전자 사례는 우려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상황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정부는 긴급조정권까지 검토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하루만 멈춰도 최대 1조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던 위기상황이었다.

이에 해외 투자자들은 국가 핵심산업이 노사갈등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들이 투자와 연구개발보다 노사 분쟁 대응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면서 "결국에는 노조 리스크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에서라도 완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