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반도체 랠리 피로감...브로드컴 10% 넘게 하락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5 06:07

수정 2026.06.05 06:06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를 밑도는 인공지능(AI)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2850억달러(약 390조원)가 증발했다. 미국 기업 역사상 네 번째로 큰 단일일 시가총액 감소다. 최근 두 달간 5조달러 이상 불어난 미국 반도체 랠리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면서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브로드컴 주가는 4일(현지시간) 전날대비 12.6%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2850억달러 감소했다. 장중 낙폭은 15.9%에 달했다.



브로드컴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현재 분기 매출 전망치를 294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인 282억달러를 웃돌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최고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멜리사 오토 비저블알파 리서치 총괄은 "AI 매출 가이던스가 기대보다 다소 약했다"며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브로드컴의 2·4분기 반도체 매출은 15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148억달러)를 웃돌았고 전체 매출도 222억달러로 전망치에 부합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실적보다 더 강한 성장 스토리를 원했다. 특히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제시한 '2027년 AI 반도체 매출 1000억달러 이상' 전망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같은 목표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브로드컴은 사실상 또 한 번 훌륭한 분기 실적을 냈다"며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 전까지 주가를 끌어올린 뒤 발표 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로드컴 충격은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

마이크론과 AMD, 인텔, Arm 등 주요 AI 반도체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던 마이크론은 6% 떨어지며 하루 동안 8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가 증발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의 주가 조정이 오히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급락은 최근 AI 투자 열풍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최근 두 달 동안 시가총액이 5조달러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며 관련 종목에 대거 자금을 쏟아부었다.


브로드컴 역시 불과 이번 주 초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좋은 실적도 부족한 시장"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AI 수혜주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단순한 실적 호조만으로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