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항 국가관리항 전환 건의
황종우 장관과 해양현안 논의
어민 활어차 운송비 지원 요청
크루즈 관광·원도심 연계 구상 제시
"지방재정 한계 넘는 실리행정 필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신항 개발과 항만 국가관리 전환 문제가 민선 9기 제주도정의 첫 해양수산 현안으로 떠올랐다. 3조8000억원대 대형 항만사업을 지방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국가 재정과 제주도의 개발 구상을 함께 묶는 해법이 새 도정의 과제로 제시됐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5일 제주에서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제주신항 등 항만의 국가관리 전환과 제주 현안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위 당선인과 황 장관은 이날 오후 제주항 8부두 인근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에서 면담하고 제주신항 개발, 항만 관리체계, 수산업 지원 등 제주 해양수산 현안을 논의했다.
황 장관은 면담에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제주항 8부두에서 진행된 여객선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을 참관했다.
제주신항은 국제크루즈 거점항만과 물류 기능을 함께 키우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3조8278억원 규모다. 크루즈부두 4선석, 잡화부두 3선석, 유류부두 1선석 등을 갖추는 계획이 담겼다.
관건은 재원과 사업 주체다. 제주신항은 제주 관광과 물류, 원도심 재생을 함께 묶을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꼽히지만 사업비 규모가 크다. 제주계정 중심의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만으로는 신규 항만 조성과 기존 항만 유지·보수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도 제주신항의 국가관리항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항 개발·관리 권한이 제주도로 이관된 상황에서 대형 항만 인프라를 지방재정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위 당선인은 이날 면담에서도 항만 국가관리 전환과 국비 투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해수부 차원의 실행을 요청했다. 해양수산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고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관리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위 당선인은 국가 지원과 제주 자율성을 함께 강조했다. 방파제와 부두 등 대규모 기초 인프라는 국가가 책임지고, 항만 배후단지의 구체적 활용 계획과 상업·문화 시설 유치 결정권은 제주도가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예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구상은 국가 재정 투입과 제주도의 도시계획 권한을 분리해 보자는 접근이다. 항만 기반시설은 국가가 책임지고, 항만 주변의 경제·문화·관광 기능은 제주가 주도해야 원도심과 지역경제에 실질적 효과가 난다는 판단이다.
제주신항은 단순한 항만 확장 사업이 아니다. 크루즈 관광객 유치, 물류 처리능력 확충, 제주시 원도심 재생, 해양안전 기반 강화가 함께 걸려 있다. 항만을 만들더라도 관광객이 원도심 상권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역경제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위 당선인은 "크루즈 부두 개발 시기를 앞당겨 연간 1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이 원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 환경과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제주 원도심은 크루즈항과 인접해 있지만 관광객 체류와 소비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제주신항 개발이 항만 안에서 끝나지 않고 원도심 상권과 문화공간, 보행 동선으로 연결돼야 도민이 체감하는 지역경제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어민과 수산업 지원도 함께 건의했다. 위 당선인은 제주지역 수산물 활어차 운송비 지원 등 어민 부담 완화를 위한 국비 사업에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섬 지역인 제주는 물류비가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구조다. 수산물 운송비 지원은 어가 경영 안정과 도외시장 경쟁력 확보에 연결된다.
이번 면담은 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중앙부처 협의에 속도를 내는 첫 사례 중 하나다. 도지사 당선인이 도정 출범 전부터 장관을 만나 국비와 제도 개선을 요청한 것은 새 도정이 중앙정부 협상력을 핵심 운영 방식으로 삼겠다는 신호다.
새 도정 앞에는 제주신항 외에도 제2공항, 재생에너지 전력망, 수산업 경쟁력, 항만 물류, 해양안전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만으로 풀기 어려운 현안일수록 국비 확보와 법·제도 개선, 부처 협의가 함께 필요하다.
위 당선인은 "제주신항은 제주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관문이 될 사업인 만큼 국가적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새 도정은 지방재정의 한계라는 오래된 장벽에 흔들리지 않고 제주의 미래와 도민 민생을 챙기는 실리행정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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