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우종률 교수팀, 가정용 수요반응 제도 분석
현행 보상 단가 적용 땐 저녁 피크 9.3% 감소
미뤄진 전력 사용 밤 9~10시에 몰려 '2차 피크'
"가전별·시간대별 차등 보상체계 필요"
[파이낸셜뉴스] 가정에서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상하는 수요반응(DR) 제도를 가전 제품별·시간대별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어컨을 끄든 식기세척기를 끄든 동일한 보상을 주는 현행 방식으로 전력을 분산하기 어렵고, 보상을 과도하게 지급하면 미뤄진 전기 사용이 저녁 시간대에 몰려서 또 다른 전력 피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고려대에 따르면 환경대학원 우종률 교수 연구팀이 가정용 '수요반응' 제도 보상 체계를 가전대별 시간대별로 차등해야 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Utilities Policy' 온라인판에 지난 5월 18일 게재됐다.
수요 반응은 소비자가 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보상하는 제도다.
태양광 발전으로 낮에는 전기가 풍부하게 만들어지지만 해가 지는 오후 5~8시에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들다. 이 시간대 퇴근 이후 가정에서 TV·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식기세척기·에어컨·히터 등의 사용이 늘어나는 시간이다. 전력 생산이 줄고 소비가 늘면서 전력망에는 '저녁 피크'라는 부담이 커진다.
현행 제도는 어떤 가전을 끄든 동일한 보상을 지급한다. 하지만 가전마다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의 크기가 다르다. TV와 전기밥솥은 상대적으로 사용 시간을 줄이기 쉽지만, 한 여름 에어컨이나 한겨울 히트는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보상체계에 반영해야 수요 반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전국 1124가구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흔히 쓰는 (TV·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식기세척기·에어컨·히터 등 7개 가전제품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저녁 피크 시간대인 5~8시 동안 사용을 미루는 대가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 가전을 언제 다시 쓸 것인지를 등을 물었다.
조사 결과 에어컨과 히터는 참여를 유도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이 필요했지만 TV와 전기밥솥은 비교적 적은 보상으로도 절반 이상의 가구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사용은 주말이나 다른 시간대로 쉽게 사용을 옮기기 쉬웠지만 보급률이 30~40%대에 그쳐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에어컨은 보급률이 약 97%에 달하고 소비전력도 2000~2200W수준이다. 세탁기도 보급률이 높아 큰 부하 이동 효과가 큰 핵심 가전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가전별 분석 결과를 실제 수요반응이 발동된 2023년 8월 7일 전국 전력 수요 데이터에 대입해, 보상 수준에 따른 전력망의 변화도 시뮬레이션 했다. 현행 보상 단가(1500원/kWh)를 적용했을 때 저녁 피크는 약 9.3%(8101MW) 감소했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오후 9~10시에 몰리면서 오히려 '2차 피크(기존 대비 +1042MW)'가 생겨나는 풍선효과가 확인됐다.
반대로 보상을 500원/kWh로 낮추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저녁 피크 감소 폭은 약 1.8%(1605MW)로 작아졌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여러 시간대로 골고루 분산되면서 전력망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보상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전력망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수요반응 제도의 설계 기준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 지에서 '무엇'을 '언제' 줄였는 가로 넓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종률 고려대 교수는 "재생 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커질수록 전력망의 변동성도 함께 커진다"며 "가전 특성과 가구 유형, 시간대별 계통 상황에 맞춘 맞춤형 인센티브 설계가 탄소중립 시대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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