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하루 만에 2000조 증발…전문가들 "단기과열 해소 과정"

최두선 기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5:23

수정 2026.06.07 15:23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54% 내린 8160.59에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54% 내린 8160.59에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AI 핵심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2000조원 이상이 증발하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0.3%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 등 AI 대표 종목들이 일제히 수직하강하면서 하루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은 1조3000억달러(약 202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반도체 랠리 이후 사실상 첫 전면적 차익실현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코스피 역시 전날보다 5.54% 하락한 8160.5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또한 4.50% 내린 1002.44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은 한때 10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장중 1549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6%넘게, SK하이닉스는 9% 이상 급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기대감에 급등했던 AI 관련주들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AI 매출 전망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미국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며 "원·달러 환율 부담과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공세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5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19조51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72조7507억원, 32조4308억원 순매수로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 지수상승을 이끈 셈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정을 일시적 숨고르기로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 조정하고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코스피 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8%에서 277%로 상향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도 20%에서 67%로 높아졌다. 최근 미국 증시 급락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존 플러드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거래 부문 총괄은 "이번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8000선을 넘어설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추세적인 하락전환보다 단기과열 해소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 후 차익실현이 나타났지만 이는 AI 수요 둔화보다 높아진 기대치 대비 가이던스 상향폭이 부족했던 데 따른 실망 성격이 강하다"며 "알파벳(구글)의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는 AI 인프라 투자 장기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서비스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환경이 이어진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 AI 서버, 전력 인프라 등 한국 밸류체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지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을 AI 업황 둔화보다 단기 과열 해소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한영준 기자